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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Jun 04. 2024

2024.04.22. 월

     

지난주 날씨는 어디 갔어?

봄에 입는 겉옷은 거들먹거리다 옷장으로 들어갈 판. 

반 팔만 입어도 눈총 받지는 않겠다.

헉헉거리며 다가오는 여름.


얌전이 4반.

자리들이 바뀌었다.

무슨 연우인지 물으니.

금요일 종례 시간에 제비 뽑기 했단다.

혹 제발 누구하고 앉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얼굴이 붉어진 몇.

“기도해도 안 들어줘요.”

옆자리 남자아이를 보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저 기시나.

“살려주세요.”

능글맞게 웃는 저 머슴아는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남남도 여여도 있는 것이 성별 구분 없이 뽑나 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1학년부터 3년 동안 내 짝이었던 아이.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그리할 수 없어 안타까웠던.

환갑이 넘은 지금도 내 짝으로 남아있는 그 아이는 무엇을 하는지? 

지금은 굳이 만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왜 할머니를?    

 

수행평가 채점을 하고 나서 느끼는 점이 많다.

분수나 소수의 덧셈도 잘 안 되는 아이들이 많다.

나눗셈은 말할 것도 없이. 

수포자가 많아지는 현실을 바로 보고 있다.

반성할 시간을 꼭 갖자고 손가락 건다.   

  

삼각형과 사각형을 이어 붙이며 사용되는 막대 수를 세는 문제. 

막대의 수의 변화에서,

삼각형이나 사각형이 늘어나면서 불어나는 수의 규칙,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다.

일부러 뜸을 들이며 생각을 끌어낸다.

평소에 달랑거리던 눈엣가시들이 선방하고 있다.

덜렁거린다는 것이 적극적인 것으로, 버릇없다는 것이 용기로 바뀌는 순간이다.

가우스의 100까지 수의 합을 구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자꾸 군불을 땐다.

결국 고등학교에서나 배우는 등차수열의 일반항과 합 구하는 곳까지 가고 말았다.     

수형 평가지 채점 결과를 부모님께 보내면, 정원이 절반으로 줄어들겠다고 했더니.

모두 손바닥을 싹싹 비빈다.

고민이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문턱


‘섬집 아기’를 무척이나 많이 듣고 커가는 손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눈물을 달고 산다.

맘에 들지 않으면 뒹굴기까지 한단다.

아마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러는 모양이다.

분리불안을 느끼는 시기인가?

그냥 크는 법은 없다.

다 그 과정을 넘어왔겠지?

엄한 엄마가 될 수밖에 없는 큰딸이 착잡한 모양이다.

너도 그 문턱을 넘고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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