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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Jun 04. 2024

힘내라

2024.05.07. 화

     

“빵 나눠 드세요.”

봉지에 성심당이라 쓰여있다.

“주말에 대전 성심당 다녀오셨어요?”

“터미널에서도 팔어.”

“대전보다 성심당이 더 유명하다면서요?”

“다 부모를 잘 만나서 그렇지.”

“그래도 부자 삼대 못 간다고 그러잖아요? TV에서 보니 대단하신 분들이던 데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베풀고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요. 그것도 꾸준히”

“그 사장이 내 후배여. 거 뭣이냐, 파리바게트보다 매출이 더 많다고 그러던데”

무던한 충청도 할아버지, 안전 지킴이 샘.

얻어 입은 옷이지만 너무 크다며, 비옷을 입고 교문 앞 횡단보도로 교통지도 나가신다.      

규는 비 오는 창문 밖 운동장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고개를 떨구고 신관 쪽 아무도 없는 복도를 어슬렁거린다.

저번에 같은 반 여학생에게 관심을 드러냈다가 다른 아이들에게 들켜 곤욕을 치렀다.

아가,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은 책임이 어깨에 얹히는 것이란다.

그래도 자신을 속일 필요는 없다.

상대가 받아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하지는 말아라.

사랑은 소유가 아니고, 권유다.

좀 더 천천히 기다리자.

하필 비는 추적추적 너를 더 외롭게 하는구나.

어쩌면 널 키우느라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까부는 못난이들보다 네가 훨씬 남자다워 나는 좋다. 


중단원이 끝나고 표준문제 참여 수업 시간.

자기를 시켜달라고 아우성치는 아이들과, 

혹시 내가 걸리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아이들.

초등학교 4학년 학기 말 방학 때 시골에서 광주로 전학한 일.

반공일 애국 조회 때 운동장을 가득 메운 8천 명의 학생들. 

국어 시간에 일어나 책을 읽다, 책이 하얗게 변했던 일.

너무 긴장해, 눈물이 뿌옇게 눈을 흐리게 했을 것이라고.

자존감이 땅속으로 들어간 시간들.

중학교 2학년 학급일지 당번을 시키셨고, 매일 교무실에서 다정하게 대해주신 선생님의 덕으로 남 앞에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는.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미가 다가와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어렵게 표현한 마음이다.

우울감이 높아 수시로 상담실로 달리는 아이다.

조금만 더 용기를 내보렴.

넌 할 수 있어, 많이 웃으며 눈으로 레이저를 쏘아 준다.

         

교장 선생님이 올 8월에 정년으로 떠나신다.

다음 교장 선생님을 공모제로 모시는 문제로 교육하고 설문을 받는단다.

선생님들은 대부분 공모제를 꺼리신다.

공모제로 오시는 분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확실한 그림이 있다.

그래서 원하지 않는 활동에 심신이 피로해질 수 있어서다.

학부모님들은 많이 선호한다고들 한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선생님들과 학부모의 설문을 종합하고,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해진 절차이니 따를 수밖에 없단다.

묘한 기분으로 회의장을 나온다.

지금이 너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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