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주 Jun 04. 2024

내 주제

2024.05.28. 화

     

시를 추천해 주신 은사님의 전화다.

수업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했더니. 

“지금 수업할 때가 안이여, 시 교육을 제대로 좀 받아. 그리고 일기 쓰듯이 시를 써도 제목은 있어야 해.”

“명심하겠습니다.”

“자네는 선생님이나 교장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시인으로 시로 영원히 남는 것이니 명심하라고.”

뒷골이 띵하다.

말씀이야 감사하지만, 나는 내 주제를 안다.

포천으로 가려는 생각을 접었더니, 마음의 친구는 새 길을 겁내지 말란다.

인생 100세, 너무 이리저리 재보는 일은 좀 더 미루어야 하나?    

 

교무부장 선생님이 아침부터 실로 오셨다.

빨간 옷을 입은 국순당 막걸리.

“한 잔은 감사의 마음

두 번째 잔은 존경

셋째 잔은 추억입니다.”가 새겨진 막걸리잔.

감사의 편지와 함께 언제든지 부르면 오시라고 확답을 주시란다.

황송하고 고마운 일이다.    

 

‘나의 인생 그리기’ 수행평가로 보내는 하루.

그렇고 그런 이야기 중에, 알토란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답들이 보인다.

나 중1 때는?

이 정도이면 양반이다.      


실의 선생님들이 송별회를 하잔다.

수업을 다 마쳤는데도 해는 중천이다.

근처의 전집.

내가 막걸리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지?

학교에서는 함께 어울릴 기회도 없었는데.

시집을 읽어본 사서 샘의 제보가 아니었을까? 

막걸리가 여러 순배 돌아가고, 사는 이야기부터 아이들 이야기까지 5시간이 훌쩍 지났다.


선약이 있다는 핑계로 일찍 자리를 일어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람 사는 것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한다.

정 붙이고 사는 곳이 또 다른 고향이다.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내가 무슨 복인지 모르겠다.

또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은근히 기대된다.

그러나 소식이나 오게 될까?


작가의 이전글 교무회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