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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Aug 10. 2024

오해

2024.06.13. 목

<오해>

     

다양한 인종들이 휩쓸리는 출근길 안산역 지하도.

인절미 가래떡 절편 송편, 호박떡 쑥떡..... 산 만큼 쌓아 놓고.

오는 사람 따라 다른 나라 말로 물어보는 아저씨.

퇴근 때는 바닥이 훤해진 떡판을 지키는 아주머니.

돈순이 우리 김밥이라고 간판이 붙었지만, 음식은 다른 나라 식일 것 같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도 통 알아먹을 수 없는 이국의 언어.

때로는 경상도 아주머니들의 대화도 그렇게 들린다.

문득 내가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것은 아닌지.     


자유학기 주제선택시간.

‘팩트 체크’할 문장을 만드는 프로그램.

다양한 품사의 낱말을 조합하는 일이 가능할까?

주로 ‘죽는다’로 끝내는 아이들.

강사 선생님의 핏대가 튀어나올 지경이다.

두 시간이 다 되어 간다, 그때. 

‘애완견을 거래하면 처벌받는다.

도라지와 마늘은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죽는다.’라는 문장들이 나타난다.

통계와 그래프에 속지 말라는 교육까지 어마어마한 가르침이 이루어진다.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예쁜이 1반.

등식의 성질에서 풀이의 단계를 줄이는 이항으로 진도가 넘어간다.

사피라도 애매해진 표정.

문제들은 조금씩 어려워진다.

알만하면 또 미궁으로, 참 너희들 고생한다.

기대가 실망으로 다시 희망으로 널뛰기한다.

자는 아이는 하나도 없다.

목이 터져라, 영혼까지 빠져나가고 있다.

귀여운 뚱땡이가 사탕을 내민다.

“당 떨어지면 큰일 납니다.”

쉬는 시간이 되었어도 나가지 않고 서로 물어보고 있다.

그렇지, 잘한다, 좋다가 답이다.    

  

“선생님들 이 노래 한번 들어 보세요?”

문병란 시인의 ‘직녀에게’라는 노래가 구성지게 흘러나온다.

“.....언하수 건너서,   ........만나야 할 어리들.....”

왈가닥 경사도 아지매 국제혁신교육부장님.

브라보, 앵콜이 튀밥 튀듯이 왁자하다.

견우와 직녀가 남과 북이야, 남북문제를 다루는 시라고.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가사에서 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신다, 그렇지 어째 어디의 진한 향기가!    

 

야문이, 정희가 통역 샘과 함께 부장님 앞에 앉았다.

왜 공부를 게을리하느냐는 선생님 말에 오해를 풀고 싶다는 당찬 아이.

“예전 같지 않아서 걱정되어서 한 말이다, 오해는 말아라.”

옆의 선생님들도 정말 열심히 하던 녀석이 요즘 예전 같지 않다면 한마디씩 거든다.

돌아가는 아이 등 뒤로 걱정들이 함께 따라간다.     


진이 다 빠진 몸, 장어는 아니지만 삼치라도 꼬리 부분을 그것도 두 조각이나 식판에 담는다.

여기에서는 그러지 않고는 바로 쓰러진다, 내가 좀 대충이 없다.

배부른 중국 아이, 저팔계가 나를 더 열받게 해서 그런다.     

 

일주일에 1시간짜리 2학년 수업, 일차부등식의 활용 문제를 푼다.

준희라는 녀석이 까불고 큰 소리다, 다른 아이들의 찡그린 얼굴.

떠드는 자와 자는 자를 쓰도록 칠판에 칸이 그려져 있다.

적히면 깜지를 쓰거나 청소한단다.

그것은 다 싫은 모양이다.

여기도 중2는 똑같다, 세계 공통인 모양이다.

워낙 어려운 문제라서 주변을 빙빙 돌며 접근하고 있는데, 계속 바람을 뺀다.

내가 너무 신원치 않게 보는 것이냐며 째려보았더니, 코가 쏙 빠졌다.

묘한 반항의 눈빛. 

어떻게 달래주나, 한 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나도 너그러운 사람으로 남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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