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전 처음이다. 내 돈 내고 극장 가서 같은 영화 두 번 본 것은. 그만큼 이 영화는 아름다웠고 여운이 길게 남았다. 세 시간이라니. 상영시간이 엄청 긴데도 지루한 줄 몰랐다. 세 시간 동안 최고급 가부키 공연을 보고 나온 기분이다.
인간이 어떤 것을 추구할 때, 이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 길만 갈 수 있을까? 그는 진정 악마와 거래를 했다. 일본 최고의 가부키 명인이 되게 해 달라고, 다른 것은 다 포기하겠다고. 그리고 이루었다. 피눈물로 범벅이 되어.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모든 것을 다 팽개치고 오롯이 그것만을 위해 살 수 있는 것? 가치가 있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마지막 대사 아름다워라가 진정 실감 나는 영화였다. 아름다운 예술은 모든 것을 이겨냈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다만 아무나 할 수 없는,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그리고 오로지 그 길만으로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뭉친 인간에게만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영화, 이념이나 사건도 없고 오롯이 최고를 향해 나아가는 두 젊은이의 혈투를 천만이 넘는 일본 관객이 봤다니 놀랍다. 그들의 수준이 이 정도로 높다는 것인가. 애초에 가부키 공연에 대한 관객 제한이 있을 거라 흥행에 기대를 안했다는 영화라는데 그 무엇이 일본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아름다움을 향한 무서운 갈망? 그 무엇도 견줄 수 없는 미의 극치, 가부키의 가치에? 아마도 타고난 재능과 그 재능도 무시할 만큼 확고한 피의 연대기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을지도 모르겠다. 가진 것 없는 흑수저는 재능과 노력 하나로 버텼고, 피를 물려받은 금수저는 결국 피의 대가로 무너졌다. 그럼에도 끝까지 이들을 함께 하게 해준 춤에 대한 열망과 정성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봤을 때보다 두 번째 봤을 때 더 좋았고 앞으로도 또 극장에서 가서 보고 싶은 영화다.
거기에 재일한국인 3세 이상일감독이 만들었다는 것, 혈통세습만이 유일한 세계에 뛰어든 낯선 이방인의 시선이어서 더 강렬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