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으로

by 이웅진

만약에

버섯도

무엇인가를

느끼고

말하고

할 수 있다면


정체 모를 무게에 짓눌릴까 두렵다거나

물살을 이겨낼 만큼 깊지 않은 뿌리에 실망하거나

생각보다 높이 자라지 못하는 한계에 좌절하거나

그래도 내일 아침에 뜨는 해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버섯이 무엇인가를 느끼고 말할 수 있다면

'버섯도 무엇인가를 느끼고 말할 수 있다면'이라는

그 가정이

버섯에게 너무나 모욕적일 것 같아

상처받은 버섯을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을 것 같아

버섯의 마음은

버섯의 마음으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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