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관하여 - 1
꿈이라는 말은 참 신기한 것 같다.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대상이지만, 동시에 현실이 되기 어려운 이상적인 대상이라는 의미를 둘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고 싶다.'라는 말에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능성과 꿈이 현실로 실현되기 어려운, 이상적인 대상이라는 의미가 혼재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꿈꿀 수도 없고, 동시에 너무나 당연하게 이루어질 것들도 꿈꿀 수 없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꿈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기에 현실이 되게 하고 싶은 대상을 가리키는 단어인 것이다.
이는 돈키호테의 한 구절을 떠오르게 만든다.
'reach the unreachable star.'
'닿을 수 없는 별을 향해 손을 뻗어라.'
효율성과 가능성으로 많은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요즘 닿을 수 없는 별을 향해 손을 뻗으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 문장이 꿈의 속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문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닥에 떨어진 돌을 줍듯이 잡을 수 있는 별이었다면 그 별을 꿈꾸며, 그 별을 잡기 위해 손을 있는 힘껏 뻗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이 그 별에게 손을 뻗고 싶은 열망을 생기게 만든 것이다.
물론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루기 쉬운 일들을 꿈꾸는 것도 꿈꾸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마 불확실한 일보다 확실한 일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어서 꿈이라는 말의 의미가 목표와 비슷하게 변하게 되고, 불확실한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더 이상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싫어서 꿈을 닿을 수 있는 것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닿을 수 없는 것을 향한 여정을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꿈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꿈이 닿을 수 없는 별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이라면, 삶은 닿을 수 없는 현재를 향해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살 수도 없고, 미래로 갈 수도 없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렸기에 다시 되돌아올 수 없고, 미래는 도달한 순간 현재가 되어버리기에 경험할 수 없다. 근데 동시에 현재는 닿는 순간 과거가 되고 아직 닿지 않았을 때는 미래로 존재할 뿐이라서 현재 또한 경험할 수 없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의 연속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현재에 절대 닿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절대 닿을 수 없는 현재를 살 수밖에 없다. 산다는 것은 닿을 수 없는 현재를 끊임없이 향유하는 여행이다. 그렇기에 삶은 결국 닿을 수 없는 대상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간다는 점에서 하나의 꿈과 같은 것이다.
삶의 가치는 이러한 닿을 수 없는 속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우리가 시간을 멈추고 원하는 순간을 영원히 누릴 수 있었다면, 혹은 원할 때마다 과거나 미래를 현재로 만들어서 누릴 수 있었다면 삶이 이처럼 소중한 대상이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삶은 한 번 지나간 순간은 절대로 다시 닿을 수 없고, 아무리 좋은 순간이라고 할지라도 나에게 닿으려는 찰나에 이미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소중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살고 싶어 진다. 닿을 수 없는 현실을 닿을 수 있는 추억들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삶을 소중하게 살아가게 된다.
만약 삶이 닿을 수 없는 현재들의 연속이기에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면, 꿈도 닿을 수 없는 대상일 때 가치가 생기는 것일 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꿈의 본질 자체가 닿을 수 없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되는 일만 할 때, 당연히 이루어지는 일만을 꿈꿀 때 삶에서 지루함과 회의감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어떤 하나의 꿈과 삶의 형태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꿈을 꾸다가 벽을 느낄 때, 내가 꾸고 있는 꿈이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을 때, 내가 꿈꾸는 세상에 절대 닿을 수 없을 것 같을 때, 지금 하는 도전이 불가능해 보일 때, 그 벽과 막막함과 닿을 수 없음과 불가능이 너의 꿈을 꿈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그 벽과 막막함과 닿을 수 없음과 불가능이 그 꿈과 도전을 꿀 만한,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왜냐하면 원래 꿈은 이루어지지 않기에 꿈인 것이니까.
P.s. 이 세상은 너에게 현실을 살라고 계속 압박을 가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만은 너에게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힘이 되어줄게. 내 앞에서는 가장 터무니없어 보이는 꿈일지라도 마음껏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꿈을 꾸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고, 때로는 꿈 때문에 울기도 하는 너의 모든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사실을 네가 알 수 있도록 항상 도와줄게. 그러니 꿈꾸는 스스로의 모습을 사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