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박스는 뜯어야 제맛이지!

꿈에 관하여 - 2

by 이웅진

학교에 다닐 때 나는 손들고 질문하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손들고 질문하는 것을 싫어했다. 심지어 선생님이 간단한 단락을 읽어보라고 시킬 때면 벌벌 떨면서 힘겹게 읽어내던 학생이었다. 그때 당시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질문하는 것을 꺼려했나 생각해 보면, 틀린 질문이나 의견을 말하는 게 가장 두려웠던 것 같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잘 아는 학생은 못 될지언정 모르는 게 들통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는 '난 원래 소심한 사람이니까 손은 못 들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거나, 손들고 이야기하다가 틀린 친구를 보며 '저것 봐. 역시 가만히 있는 게 낫다니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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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랜덤 럭키 박스가 들어있다. 그 안에는 꽝이 들어있을 수도 있고 엄청난 선물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 그 상자를 열어볼 것인가? 아니면 안 열어볼 것인가? 아마 당연히 열어본다고 할 것이다. 꽝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일단 열어봐야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그래야 선물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만약 어떤 사람이 꽝에 걸리는 것이 무서워서 박스를 열어보지 않고 그냥 그 안에 좋은 선물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에 만족하겠다고 한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아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빨리 박스를 열어보라고 할 것이다.

근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라는 럭키 박스 안에 꽝이 있을까 두려워서 '나'를 열어보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참 많다. 정말 자신의 모든 노력과 최선을 다하고 나서도 실패가 다가올까 봐, 그래서 스스로가 무능력하고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사실이 될까 봐 두려워서 애초에 온 힘을 다해 도전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스스로가 아직은 성공할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나'라는 럭키 박스를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간다. 마치 럭키 박스 안에 좋은 선물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럭키 박스를 열어보지 않는 사람처럼 말이다.

'나는 참 많은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야'라는 생각은 가능성을 시도로 연결했을 때에는 좋은 생각이 되지만 가능성만으로 남겨뒀을 때에는 공허한 생각이 된다. 가능성의 함정은 아직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도전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것이지, 가능성이 도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가능성은 그냥 허상일 뿐이다. 시도하지 않는 가능성은 열어보지 않은 럭키 박스와 다를 바가 없다. 스스로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만 하며 살아가는 것은 럭키 박스를 열어보지 않은 채로 좋은 선물이 들어있을 것이라며 몽상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가능성을 도전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가능성이라는, 닫혀 있는 럭키 박스를 낱낱이 열고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것들과 맞닥뜨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모든 것이 설사 전부 다 꽝이나, 실패라고 하더라도 괜찮다. 허상인 가능성보다 생생한 실패가 훨씬 더 멋지다. 그 생생한 도전과 실패가 가능성을 가치 있게 만든다. 우리는 무수한 가능성에 둘러싸인 사람이 아니라, 무수한 실패와 실수와 한계에 둘러싸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능성의 함정에 빠져서 '나'라는 사람 안에 어떤 선물이 들어있는지는 평생 확인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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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들고 질문하지 못하는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너는 지금 틀린 학생이 되는 것이 두려워서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학생으로 남고 싶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실체 없는 가능성을 가진 학생이 되느니 차라리 수많은 틀린 질문을 하는 학생이 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해주고 싶다. 용기를 가지고 시도하는 사람이 되라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스스로의 부족함과 한계에 마주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괜찮다고,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은 다 부족하고 때로는 틀린다고, 그러니 스스로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나아가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P.s. 스스로의 한계를 확인하고 실패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나도 잘 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라. 실패와 한계에 부딪혀서 네가 스스로를 능력 없고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널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리고 그 사실을 네가 알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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