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보다 수영을 잘할 필요는 없잖아?

꿈에 관하여 - 3

by 이웅진

상어와 개와 원숭이와 지렁이가 누가 더 빠른지 알아보기로 했다. 상어는 자신의 무시무시한 이빨로 나머지 동물들을 협박하며


'바다에서 무조건 시합해야 해!'


라고 소리쳤다. 다른 동물들은 하는 수없이 바다에서 시합할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상어가 일등을 차지했다. 그리고 상어는 다른 동물들에게 위풍당당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들 중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나라고!!'


다른 동물들은 상어에게 졌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빴다. 열심히 수영 연습을 했지만 상어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었고 자신이 상어보다 못난 동물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신감을 잃고 살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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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다니는 아기들도 이해할 수 있는 짧고 귀여운 글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그리 귀엽지 않다. 이 짧은 우화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승부는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힘을 앞세워 자신에게만 유리한 시합을 한 상어가 나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는 한 가지 생각을 더 해봐야 한다. 상어가 아니라 다른 동물들에게 우리는 뭐라고 말해줄 것인가. 아마 우리는 이 승부는 공정하지 않았으니 졌다고 자책할 필요 없다고, 상어보다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이 네가 더 못난 동물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너는 너만의 능력이 있고 그 능력에서는 상어가 너보다 뛰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러니 상어와 너를 비교하고 자책하며 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상어를 이기려고 억지로 수영 연습을 하지 말고 너만의 일을 하라고 이야기해 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뒤돌아보면 우리는 상어에게 진 동물들과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동물들에게는 좋은 조언들을 해주면서 정작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수영하는 능력이 가장 인정받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경제적 능력을 가장 인정해 준다. 경제적 능력을 획득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경제적 능력을 획득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사실이 그 사람이 더 뛰어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그 사람이 더 뛰어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바닷속 상어처럼, 이 세상이 요구하는 능력과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이 운 좋게 맞아떨어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를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들과 비교하고, 그들보다 못났다며 자책하고, 그들보다 못나 보이는 자신의 삶에 우울해하고,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때가 더 많고 그럴 때마다 수영 시합에서 상어에게 패배한 동물들처럼 자책한다.


'난 왜 저 사람보다 못한 거지.'


너와 저 사람은 상어와 지렁이만큼 다르다. 인간이라는 한 범주에 묶여 있기에 비슷한 점도 많겠지만 때로는 인간이라는 한 범주가 애석할 만큼 각자의 마음과 정신은 너무나 다르다. 저 사람은 저 사람만의 능력이 있고 너는 너만의 능력이 있다. 너만의 생각과 너만의 삶과 너만의 존재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이 세상에서 쉽게 인정해 주는 능력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능력과 노력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바다에서 살아가야 하는 지렁이와 같은 운명을 타고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로 결과만을 가지고 너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다른 사람보다 못나다고 자책하는 것은 상어보다 수영을 못한다고 자책하는 동물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더 나은 점이 있다고 잘난 체하는 것은 지렁이보다 수영을 잘한다고 우쭐거리는 상어와 바를 바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비교 대상이 아니기에, 우리의 성공은 우리 자신의 능력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해있는 세상과도 크게 연결되어 있기에 남과 비교하면서 내가 더 못났다느니, 내가 더 잘났다느니 생각하는 것은 진실의 절반만 바라본 짧은 생각일 뿐이다. 그러니 세상의 인정을 조금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주눅 들 필요도 없고, 세상의 인정을 받는다고 해서 우쭐거릴 필요도 없다. 그냥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일을 해나가면 될 뿐이다. 우리는 그냥 나만의 발걸음을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속도로 내디디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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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갈매기가 새로 이사를 왔다. 상어는 갈매기에게도 시합을 하자고 이야기했다. 당연히 시합 장소는 바다였다. 동물들은 바다 위 출발선에서 다들 준비를 했다.


탕!


총소리가 울리고 동물들은 모두 열심히 헤엄치기 시작했다. 갈매기만 빼고. 갈매기는 총소리가 울리자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골인 지점으로 곧장 날아가지 않고 바다 위 하늘에 자신만의 선을 그리며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골인 지점을 통과하고 나서도 갈매기는 멈출 줄을 몰랐다. 자신이 골인 지점을 통과한 것도, 자신이 시합 중인 것도 잊어버리고 그저 자신이 날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며 날아다닐 뿐이었다.


다른 동물들은 수영을 멈추고 멍하니 하늘을 누비는 갈매기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하나 둘 바다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는 들판으로, 원숭이는 나무 위로, 지렁이는 흙 속으로 들어갔다. 상어는 바다에 혼자 남아 계속 소리쳤다.


'날아가는 건 반칙이잖아! 바닷속으로 들어오란 말이야! 너네도 다시 바다로 돌아와!'


상어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하지만 동물들은 이제 더 이상 상어가 두렵지 않았다. 어차피 상어는 바다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각자 자신의 길을 계속 갔다. 오직 어딘가 서글픈 상어의 외침만이 차갑게 맴돌 뿐이었다.


P.s. 나도 너를 절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을게! 너는 나에게 오직 유일한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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