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은 젓가락이야

꿈에 관하여 - 4

by 이웅진

'꿈을 선택하면 현실을 포기해야 하고 현실을 선택하면 꿈을 포기해야 한다.'


세상은 우리에게 꿈과 현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많은 사람들은 꿈과 현실을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현실적으로' 살아가려면 꿈을 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사실 젓가락이다. 한쪽이 없으면 한쪽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게 되는 젓가락.


젓가락은 희한하게 두 개가 하나다. 젓가락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젓가락을 놓고 몇 개냐고 물어봤을 때 두 개라고 할 테지만 젓가락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 개라고 대답할 것이다. 신기하게도 두 개의 막대기가 모였을 때 비로소 진짜 젓가락 한 개가 되는 것이다. 꿈과 현실도 난 젓가락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막대기 두 개가 모여 하나의 젓가락이 되듯이 꿈과 현실이라는 서로 다른 막대기 두 개가 모여 하나의 삶이 된다.


꿈이 없는 현실은 건조하고 지루하다. 삶을 그저 숨 쉬며 살아남는 것으로 만든다. 앞으로 가고는 있지만 핸들은 없는 차에 탄 것처럼 그냥 가고 있을 뿐 어디론가 향하고 있지는 않다. 그저 멍하니 움직이는 차 안에 앉아있을 뿐이다. 반면에 현실이 없는 꿈은 허황되고 가볍다. 삶을 피부에 닿는 것이 아니라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으로만 만든다. 멈춰 있는 차에 앉아서 창에 뒤로 움직이는 풍경을 틀어놓고 차가 앞으로 가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인다. 꿈이 없는 현실도, 현실이 없는 꿈도 삶다운 삶이라고 하긴 힘들다.


그래서 꿈과 현실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꿈과 현실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꿈과 현실이 모여야 하나의 삶다운 삶이 된다. 꿈은 현실이 없고서야 이루어질 수 없으며, 현실은 꿈이 없고서야 더 나아질 수 없다. 둘은 함께 공존할 수 없는 존재들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존재 조건이다. 둘은 하나가 되길 바란다. 둘이 만나 하나의 삶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현실과 꿈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꿈을 현실에 뿌리내리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꿈이 뿌리내릴 수 있는 현실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꿈과 현실을 젓가락 한 짝처럼 나란히 두고 하나의 삶이라 부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가능하지 않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데, 당장 내일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당장 시험이 코앞인데,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닥친 일들이 있는데 어떻게 꿈을 꾸는 것이 가능하냐고 따져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생각 자체가 아직 꿈과 현실을 나누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드는 생각은 아닐까. '현실적으로', 살아가려면 꿈이 필요하다. 꿈이 없는 현실은 한쪽만 남은 젓가락이다. 우리의 현실은 언제나 꿈이라는 다른 한쪽을 부르고 있다. 네가 살고 있는 바로 그 현실의 삶 속에 분명 이미 꿈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어쩌면 이미 꿈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네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그 현실이 꿈을 꿀 수 있는 기반이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그 크기도, 종류도 다 다르고 다양하겠지만 누구나 이미 현실에 꿈이 들어갈 자리가 있다. 그 자리를 발견하고 현실을 꿈과 합쳐서 하나의 삶으로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미 네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꿈과 다르지 않으니까.


P.s. 그럼에도 때로는 현실이 꿈을 꿀 수 없을 만큼 차가운 곳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현실이 너의 꿈을 방해하고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럴 때 나에게 왔으면 좋겠다. 내가 너에게 너의 꿈을 언제나 응원하는 가장 생생한 현실이 되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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