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혼 30대 초반 여성이다. 자식은커녕 결혼도 아직 안 했다. 우리 직업은 다른 직업과 달리 자식이 없는 교사에 대한 프레임이 씌워지곤 한다. 가장 많은 프레임이 ‘선생님은 자식이 없어서 모르시겠지만~’이다.
학부모님들이랑 전화 상담 등을 할 때 생각보다 자주 듣게 되는 문장이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때 학부모님께서 서두에 ‘선생님께서는 아직 자식이 없으셔서 모르시겠지만~’이라고 붙이는 분들이 의외로 꽤 종종 있다. 그러면서 ‘자식을 낳아보셔야 알 수 있다’는 뉘앙스와 함께 푸념하듯이 아이에 대한 고민을 말씀하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교사를 안 해보셔서 모르시겠지만~’이라고 말할까 하는 분노가 일긴 한다. (그러나 괜한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말을 삼킨다) 아무래도 자식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교사는 햇수로 8년째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낳은 자식 품 안에서 키워내는 것과 공동체 사회에서 남의 아이를 키워내는 것은 결이 완전히 다를 것 같은데 정말 자식이 없으면 아이에 대해 잘 모르는 걸까.
“교사는 애를 낳아봐야 돼. 그럼 애들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다니까? 애를 낳은 교사와 안 낳은 교사는 애들을 대하는 방식이 천지차이야.” 얼마 전 부장님이 하신 말씀이다.
교사를 하기 위해선 결국 애를 낳아야 하는 걸까. 정말 모르겠다. 이제는 비혼인 사람도, 딩크족인 사람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교사라는 직업은 이런 사회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시각이 결국 교사를 스스로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를 낳아보지 못하면 일에 대한 전문성이 낮을 것이라 보는 시각. 이것은 교사의 전문성을 출산과 분리하여 보지 못하고, 교사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한 교육적 기술들을 뭉개버리는 일이다.
어제는 갑자기 보결(담임 선생님이 안 계실 때 다른 교사가 대신 교실에 들어가 수업하는 것)에 들어가라고 해서 1학년 o반에 갔다 왔다.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5학년 애들과 달리 1학년 아이들은 아주 자유분방(?)하고 예측불가였다. 1시간 동안 색종이 접기를 하는데 우리 반 애들 데리고 하루 종일 수업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진이 빠졌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부장님과 만나 오늘 한 보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부장님~ 1학년 애들은 진짜 힘드네요. 고학년 하고 달리 전혀 제어가 안돼요. 수업 시간에 계속 뛰어다니고 돌아다니고 자기 이야기만 하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자 부장님께서 손사래를 치시며 말씀하셨다.
으응~아이 없는 미혼은 1학년 안돼~ 1학년은 베테랑 엄마 출신(?) 선생님들이 하셔야 해.
아마 교사들도 암암리에 이러한 시각에 계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젊은 미혼 교사가 아이들에 대한 푸념을 하면 자동적으로 ‘미혼이라 그래’라는 프레임과 연결되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봤을 때 오늘 내가 1학년이 힘들었던 이유는 자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한 번도 1학년 담임을 맡아본 적이 없어서이다. (지금까지 교직에 있으면서 자의든 타의든 거의 고학년 담임을 맡았었다. )
오늘로써 나는 다짐했다. 교사가 직업인으로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자식의 유무로 자질을 평가받지 않도록 나부터가 노력할 것이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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