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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희쌤 May 25. 2023

현직교사가 간호사 파업을 보며 든 생각

얼마 전 아빠가 갑자기 수술을 받게 되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원래 지병이 있으신지라 수술 준비를 하면서도 까다롭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학교에 연가를 내고 눈물콧물을 흘리며 병원에 도착하니 아빠는 이미 수술실에 들어가신 상태였고

엄마와 나는 초조하게 아빠 수술이 무사히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 계시던 아빠가 드디어 병실로 돌아오셨다.

병원베드에 누워서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아빠를 보니 눈물이 터졌다.

아빠 병원복에 묻은 피를 보니 더 슬퍼져서 엉엉 울며 아빠가 괜찮은지 확인했다.


'아빠 괜찮아...????????'


아빠는 몽롱한 상태셨지만 그래도 눈도 깜빡이시고 대화도 가능했다.

며칠 더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회복하셔야 퇴원할 수 있다고 했다.


병원에 있다 보니 내가 모르던 세상이 보였다.

간호사분들이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여러 환자들을 살펴봐주고 있었다.


우리 아빠도 간호사분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실질적으로 의사 선생님은 회진할 때나 만나 뵐 수 있었고, 수시로 우리 아빠를 체크해 주시는 건 간호사분들이었기 때문이다.


간호사분들은 거의 10~30분마다 오셔서 아빠 상태를 체크하시고, 이것저것 처치를 해주셨는데

간호사분들이 일하시는 걸 옆에서 보다 보니 뭔가 신기한 걸 발견했다.


간호사분들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어렸다.


내가 30대 초반인데도 나보다 어린 느낌??

나름 큰 병원인데도 나이 드신 간호사분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체로 20대 중반~30대 초반으로 보였고,

갓 대학생티를 벗은 것 같은 정말 어려 보이는 간호사분들도 꽤 있었다.


그분들이 우리 아빠의 생명줄을 지켜주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니 간호사분들이 병실에 오실 때마다 겸손한 태도로 맞이하게 되고,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좀 더 노련하고 나이 많은 간호사분들은 안 계시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도 9년 차 초등교사지만 아무래도 경력 많은 선생님들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경력에서 나오는 공력과 내공이 분명히 있다.


며칠 옆에서  아빠를 지켜보면서 만난 간호사분들은 모두 정말 젊으셨다.

젊다기보다 어려 보일 정도였다.


나보다 어려 보이는 분들이 아빠의 산소호흡기를 달아주고, 바이탈 사인을 체크하는 것들이 경외롭기까지 했다. (아빠의 건강 앞에서 나는 정말 겸손해졌다.)


그러면서 문득 유튜브에서 본 간호사 관련 다큐가 생각났다.

간호사의 근무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오래 근속하는 간호사가 드물다는 이야기였다.


그땐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 코가 석 자지~ 학교 현장도 너무 힘든데~'라고 생각하며 넘겼는데

지금 아빠가 아프고 보니 모든 건 연결되어 있었다.


병원에서 젊은 간호사분들만 남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실을 직접 마주하게 되니

경력 있는 간호사분들이 오래 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문득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초등학교 현장과의 연결점도 생각하게 되었다.

간호사와 교사 모두 여초 직장이고, 직무 자체에 누군가를 살피고 챙겨야 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여자의 노동력이 갈려나가는 현상을 당연하게 치부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두려움도 생겨났다.


나랑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았던 간호사들의 처우 문제가 우리 아빠가 아프고 나니 결국 내 문제 하고도 직결됐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이 무너져가는 이 세태도 언젠간 모두와 직결된 문제가 될 것이다.


어제 친한 선배 선생님께서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씀하셨다.


"샘은 젊으니 탈출해."


선생님께서는 요즘 학급 붕괴로 인해 매일같이 울고, 또 울고, 차 안에서도 울고, 교실에서도 울고, 정신과 치료도 받으시고, 심리상담도 병행 중이시라고 한다.


선생님을 보며 나도 진짜 빨리 학교를 탈출해야 하는 걸까 하는 공포감이 들었다.


선생님이 겪고 계신 일은 결국 언젠가 내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건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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