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희쌤 Aug 10. 2023

교사 크리에이터 솔직한 장단점 ㅎㅎ

"혹시 브런치라고 알아요?"

- 네? 먹는 거요??

"아니요~! 글 쓰는 공간 브런치요~!!"

- 네? 잘 모르는데 그게 뭐예요??

"아~브런치라고 글 쓰는 공간 있어요. 요즘 브런치에 글 쓰면서 엄청 힐링받고 있는데 라희샘도 글 쓰는 거 한 번 해봐요."

- 아 진짜요? 한 번 해볼게요! 요즘 마음속 응어리 맺힌 게 많은데 글로 좀 써봐야겠네요!!


우연히 독서 모임에 갔다가 알게 된 언니가 내게 브런치를 추천해 주셨다.

같은 초등교사인 언니가 해주신 말이라 더욱 신뢰가 갔다.


원래 실행력이 짱인 스타일이라 바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초등교사라는 걸 밝히고 싶지 않아(그 당시만 해도 익명성에 엄청나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주로 나의 연애, 가족, 친구 이야기들을 주로 썼다.


거의 뭐 고해성사하듯이 마음속에 맺힌 사적인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주욱 풀어놓다 보니 하나둘씩 구독자도 늘어갔다.

구독자가 늘 때마다 신기하고 재밌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다니! 구독까지 하면서!!!!! 이건 정말 혁명이야!!'


기쁜 마음에 더더욱 내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학교 이야기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삶의 팔 할인 학교다 보니 학교 이야기를 빼고 내 이야기를 하긴 어려웠다.


브런치에서 학교 이야기가 엄청 인기를 끌고, 그러다 보니 '교사라는 세계' 책도 출간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 만드는 재미를 알아버려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까지 하게 되었다.


얼마 전 교사 집회를 나갈 때 친한 친구 태림이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라희야 너 은근 유명하더라? 나 정말 놀램 ㅋㅋㅋ 내 주변 교사 친구들한테 라희샘이랑 시위 간다고 하니까 다 너 알더라 ㅋㅋㅋ 네 명정도한테 각각 얘기한 건데 다 너 안다 그래서 신기했어!!"

- 엥? 진짜?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구독자 그 정도로 안 많은;;

"내 생각엔 인스타 릴스같은데서 너 본 듯? 너 릴스 조회수 엄청 잘 나오잖아"

- 아항;;;


와... 태림이한테 이 말 듣자마자 뭔가 좋으면서도 약간 무서웠다. (좋음 20 무서움 80)

집에서 혼자 꽁냥꽁냥 재미로 글 쓰고, 영상 찍는 건데 나도 모르는 새 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나 그냥 하고 싶은 말 하는 건데 ㅠ.ㅠ)


그러면서 괜한 책임감이 들었다.

'앞으론 콘텐츠에 뭔가 더 의미를 담아야 하나..?'


은근 생각이 많은 스타일이라 그 말을 듣고 며칠 동안 고심의 고심을 거듭했다.


그동안의 콘텐츠는 거의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을 담는 편이었고,

큰 의미를 담기보단 내가 하고 싶은 말에 약간의 따뜻함과 재미, 혹은 문제의식을 담는 정도였다.


앞으로의 방향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참 고민한 끝에 결론을 냈다.


'부담 갖지 말고 하던 대로 하자. 어차피 볼 사람은 보고 안 볼 사람은 안 본다. 나의 삶을 솔직하고 진솔하게 담아낼 뿐 욕심부리지 말자.

욕심부리는 순간 내 콘텐츠는 끝이다.'


결론은 생각보다 단순했지만 이렇게 결정을 내리기까지 며칠간 마음속이 쥐어짜듯 아팠고, 힘들었다.

(내 마음속의 괜한 책임감과 욕심을 내려놓는 과정.....)




어제부터인가 브런치에도 교육 크리에이터라는 배지가 붙었던데... 나름 교육 쪽 크리에이터로서 교사 크리에이터의 장단점을 이야기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정말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해보겠다)


장점

1. 애들이 내가 유튜브 하는 걸 엄청 좋아하고 더 가까워진다.

- 엄청난 장점이다. 요즘 애들은 sns가 생활화돼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유튜브랑 인스타 한다는 사실만으로 엄청난 친근감을 느끼고 무지하게 좋아한다.

지금 내 유튜브 채널도 우리 반 애들이 좋아요 엄청 눌러주고 항상 칭찬해 주고 모니터링해준다..ㅋㅋㅋ

가끔 본인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 내 채널에 올려주면 엄청 좋아하고 뿌듯해한다.

심지어 조회수 10만 나와도 10명이나 봤다면서 기뻐하고 손뼉 친다. 귀여움..ㅋㅋㅋ


2. 마음의 병이 줄어든다.

 - 콘텐츠를 만들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걱정을 담아내기 때문에 마음속 응어리가 풀어진다.

댓글이나 좋아요로 소통해 주시는 분들 덕에 위로받는 느낌도 많이 들고, 내 콘텐츠를 보며 공감된다 위로가 됐다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힐링받고 힐링줄 수 있어서 좋다.


3. 내 말에 영향력이 생긴다.

- 개인적으로 교사 크리에이터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요즘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내가 나중에 내 항변을 할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의도를 누구보다 정확하고 명확하게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봐도 되겠다.


4. 발전한다.

-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수업이랑 애들 대하는 것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연구를 하게 된다. 아주 자연스럽게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게 몸에 밴다.

콘텐츠 조회수나 좋아요 수를 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영상을 좋아하는지 감각이 생기고, 썸네일이랑 영상 제목 만들면서 마케팅에 관심이 늘어났다.  

영상 편집 실력도 엄청 늘었다.

이제 일상 브이로그 정도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단점

1. 오지랖 엄청 당한다.

기본적으로 내가 교사 크리에이터라는 걸 주변에서 다 알고 있다.

조금이라도 우울한 영상을 담게 되면 바로 친구들이랑 부모님한테 연락이 온다. 걱정해 주시는 건 너무 감사하지만 살짝 압박이 될 때가 있다.

(사람 인생 희로애락인데 항상 즐거운 콘텐츠만 만들 순 없지 않나..)


게다가 우리 반 애들도 유튜브를 보기 때문에 학부모님들도 자연스레 내 채널을 알게 되신다.

가끔 톡으로 '선생님~ 채널 너무 잘 보고 있어요! 재밌어요^^'하시면 심각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가 없을 것 같은;;)


주변 선생님들도 카톡으로 연락하신다.

'선생님 혹시 초등교사 라희샘이 선생님 맞아요? 유튜브 추천 영상으로 봤는데 아무리 봐도 선생님이랑 닮아서요^^ 너무 멋져요 b 동학년 샘들한테 자랑해도 돼요?ㅎㅎ'

와... 이쯤 되면 정말 부담감의 max를 찍는다.


2.  홍보라고 욕먹기

뭐 목소리만 내면 자기 채널 홍보하려는 거 아니냐면서 욕먹는다. ㅠㅠ 이거 진짜 억울....

내가 서울교사노조에서 지원받아 <교사라는 세계> 책을 출간했지 않나. 노조엔 늘 감사한 마음이라 한 번은 유튜브에서 '서울교사노조 가입 추천' 영상을 찍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영상 찍은 지 얼마 안 돼서 서울교사 노조 집행부 단톡방에서 내가 욕을 먹었다고 한다.

(집행부에 들어가 있는 샘이 알려줌..ㅠㅠ)

당시 '교사라는 세계'가 출간된 지 얼마 안 됐었는데 교보문고에 홍보 트레일러로 내 채널 영상(자체 북토크 찍은 것)이 올라갔다.

그걸 본 서울교사노조 집행부 한 분이 책을 이용해서 자기 채널 홍보하는 거 아니냐면서 단톡방에서 엄청 욕했다고 한다.

당시 집행부 단톡방에는 '교사라는 세계' 공동저자 샘이 들어가 계셨는데 그 샘이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주셨다.

'라희샘은 출판사 대표님이 북토크 영상 찍으라고 하셔서 찍은 거고, 북트레일러 영상도 대표님이 올리자고 하신 거다. 라희샘은 책 홍보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실 뿐인데 괜한 시비 걸지 말라'라고 항변해 주셔서 다들 멋쩍어했다고 한다. (오하루 샘 사랑해용)


3. 가끔 현타

돈 1원도 수익이 나지 않는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면서 가끔 현타가 온다.

'나 이거.... 왜 하니... ㅎㅎ'




아무튼 결론적으로 누군가가 내게 '교사 크리에이터 추천하나요?'라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 네!!!!!!!!!!!!!!!!!!!!!!!!!!!!!!!!!!!!!!!!!!!!!!!!!!!!!


애초에 세상에 나의 이야기를 내보이고 싶다는 작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기에 누군가 내 콘텐츠를 봐준다는 사실 자체로도 너무 만족스럽고 감사하다.


또한 교사 크리에이터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이 학교 현장에 대해 더욱더 잘 알게 되고, 생생한 학교 이야기를 접하게 해 준다는 점이 참 보람되다.


교사 크리에이터를 고민 중인 샘들이 있다면 꼭 시작해 봤으면 좋겠다.

댓글로 계정 알려주면 나도 가서 팔로하고 자주 찾아가서 콘텐츠 읽어드릴게요^_^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항상 감사해하고 있는 거 아시죠? 감사해요~~!!!~~^_^/ thank you very much~~!!!!!^_^  



작가의 이전글 친구가 의원면직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