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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희쌤 Aug 29. 2023

개학하고 학교 분위기를 보니..

"아무래도 선생님은 조금 탱탱볼 같잖아~그렇지?"


몇 년 전 우리 학교에 계셨던 교장선생님께선 내게 '탱탱볼'같다는 표현을 하셨다.


사람한테 탱탱볼 같다니.. 게다가 그 말이 나온 상황은 교장선생님과 독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분명 좋은 의미 같지는 않았다.


-나: 네?? 탱탱볼이라니 그게 어떤 의미세요??


-교장선생님: 아니 뭐 탱탱볼이라는 게 원래 통통 튀잖아~


내 딸도 선생님이랑 동갑인데 선생님이랑 완전 비슷해. 어디로 튈지 모르겠어~


그니까 또래 여자샘들이랑은 살짝 다른 느낌이라는 거지.


여교사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얌전하고 조용한.. 그런 이미지보단 통통 튀는 느낌이란 얘기예요~


당신 딴에는 최대한 돌려서 표현한다고 애를 쓰시는데 그냥 한 마디로

'내가 어디로 튈지 모르겠어서 불안하니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으신 것 같았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학교에서 튀는 행동을 대단하게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때는 괜히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괜히 탱탱볼이라면서 나댄다는 식으로 표현하시는 게 싫었다.


다만 그 이후 교직생활을 하면서 그때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천상 선생님이다'라는 의미가 뭔지 깨달았다고 해야 하나?


교직에는 정말 순하고 착하고 가끔은 바보 같을 정도로 정직하고 성실한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다.


-진상 학부모 때문에 속 끓여가시면서도 끝까지 싫은 소리 안 하시는 선생님(얼굴만 점점 시커멓게 변하심..)


-아이가 자동차를 몇 번이나 긁어놨는데도 '다음엔 절대 안 하겠다'라는 아이의 말을 믿고 수리비 청구 안 하시고 자기 돈으로 수리한 선생님.


-장염에 걸려 물만 마셔도 토하는 상태에서도 아이들과 오늘 재미있는 활동하기로 약속한 게 있다며 기어코 출근한 선생님.


그 우직함과 정직함,

성실함과 진실성에 혀를 내두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 이 집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saint 한 부분이 있구나. 대단하다....'


평생을 모범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교육'이라는 뜻깊은 일까지 하게 되면서 점점 더 특유의 saint 한 아우라를 풍기게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아니 아무리 봐도 정~~ 말 불합리한데

정~~~~~말 이건 너~~~~ 무 아닌데도


아이들을 생각해서 참고 참고 또 참는 선생님들을 수년간 지켜봤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나 역시도 마음을 다잡은 것이 사실이다.


'웬만하면 참자. 아이들을 위해서야. 일희일비하지 마.'


인내하고, 참고, 져주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며 지나온 수년의 교직 생활....


그러다 서이초 선생님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날, 소식을 들은 건 자정이 다 된 늦은 밤이었는데 몸은 엄청 피곤한 상태였는데도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잤다.


'아............. 이건 아닌데.....'


심연으로 가라앉는 듯한 감정 속에서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이제 어느덧 서이초 샘의 49 구재인 9월 4일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매주 집회를 여셨고..


인디스쿨에서는 선생님들의 치열하고 적극적인 대화가 매 순간 이어졌다.

 

그리고 8만 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9월 4일 멈춤의 날에 서명하셨다.


대한민국 역사상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


특히나 교사 집단이 이렇게 한다는 것은 정말....


이 집단에 속해있는 나로서는 이게 얼마나 엄청난 사태인 건지 극렬히 체감하고 있다.  


선생님들은...(나도 선생님이지만..ㅋㅋ) 정말... 웬만하면 다 참는다...


주변에서 차마 특정될까 봐 말 못 하는 심각한 일들도 많이 봤는데...


그때도 선생님들은 당신의 상처받은 마음보다 학생의 입장을 먼저 살피곤 했다.


애초에 직업이 직업이라 그런지 몰라도 규칙 어기는 걸 싫어하고, 튀거나, 어긋나는 행동을 거의 안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이렇게 한다는 것은.... 와 솔직히 나도 교사지만 진짜 이거는 정말 한계라는 거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출근해 보니 선생님들생각이 복잡 상태였다.


아무래도 교육부 장관이 우리를 절대 봐주지 않겠다며 불법을 저지르는 파렴치한으로 몰아가서 그런 것 같다..


다만 모두의 생각은 거의 공통적인 부분에 수렴하고 있고, 그 생각은 꽤 확고하다.


'학교 현장을 정상화하자'


솔직히 그동안 선생님을 쥐고 흔들며 선량한 아이들이 피해 받든 말든 자기 아이 위주로 교실을 꾸려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로부터 우리 학교를 지켜내고, 선량한 아이들이 맘 편히 수업받게 하자는 생각은 모두 같다.


나 역시도 그렇다.


학교 현장을 정상화하고 싶다.


조금 오글거리지만 진심을 고백해 보자면...


그냥 나는 교직이 좋다.


내가 선생님인 게 좋고, 아이들이 좋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그냥 교사는 교육하고, 학생은 배우는 그냥 정말.. 보통의 정상적인 교실을 꾸려나가고 싶다.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좀 더 굳건해다.


앞으로 그 어떤 힘듦과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나의 행복과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계속 나아가겠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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