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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희쌤 Aug 31. 2023

아이 앞에서 담임교사를 욕하면 일어나는 일

학부모 상담기간에 학부모님들을 봬면 본인 자녀와 생김새부터 말투, 작은 행동 습관까지 비슷해서 신기하고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생김새야 당연히 부모님을 닮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말버릇이나 작은 행동 습관까지 비슷했을 땐 많이 놀랐다.


전에 한 아이가 말할 때마다 살짝 코를 찡긋 이는 버릇이 있었는데 아이 부모님을 뵙고 그 부모님조차 말할 때 코를 찡긋이셔서 너무 신기했다.

(심지어 찡긋일 때 특유의 느낌까지도 똑같앴다)


'아이는 정말 부모의 거울이구나'를 교직 생활을 하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까지도 똑같이 흡수하고 따라 한다.


수업 중에 사진이나 영상을 보며 주면 "어! 저거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건데 짱이다~!"라거나 "아 저거 우리 아빠가 해봤는데 별로랬어~"라는 등의 얘기를 할 때가 많다.


부모가 어떤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느끼는 바를 그대로 학습하고 비슷하게 가져가는 모습이다.


간혹 학부모님 중에서 자신의 힘듦(돈 벌기 힘들다, 몸이 아프다 등등)을 아이에게 푸념하듯이 자주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데 제발 안 그러셨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그거 하면 돈 얼마 벌어요?", "아 그건 돈도 안 되는데요 뭐"라며 돈돈돈 하는 아이를 보면 너무 안쓰럽다.


한 번은 "oo 이는 왜 돈을 벌고 싶어요~?"라고 물어봤더니 아이가 자조적인 목소리로 "아 엄마가 저 키우느라 돈이 부족해서 너무 힘들대요. 제가 얼른 커서 돈을 벌어야 엄마가 안 힘들 것 같아요."라고 하길래 맘이 안 좋았다.


초등에서 자본주의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지만 인내, 사랑, 배려 등등의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들도 매우 중요하게 배워야 할 시기기에 혹시 아이가 그런 가치들은 간과해버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전에 <교사라는 세계> 책에도 썼지만 아이들은 정말 너무나 슬라임 같은 존재들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변할 수 있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부모님의 말과 행동, 작은 버릇까지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모방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 역시도 미래에 아이를 낳았을 때 스스로 많이 삼가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아이 듣는 데서 담임교사에 대해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부모가 담임교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생각보다 유심히 듣는다.


들은 것을 다음 날 등교해서 나한테 얘기해 줄 때도 많다.


'선생님 우리 엄마가 ~~~ 랬어요.'

'선생님~ 우리 엄마아빠가 어제 ~~~ 얘기했어요'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정말 솔직하고 가공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대화를 담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기분 나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은 없다.


다만 앞으로도 아이 앞에서 담임교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좋은 이야기만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억지로 칭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해주시는 것이 아이한테 이득이라서 그렇다.


부모님이 선생님에 대해 지속적으로 칭찬하고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경우,


아이는 '와! 우리 엄마(아빠)도 선생님을 좋아하는구나! 나도 선생님을 더 좋아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진심으로 나를 따르고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스스로 바르고 행복하게 지내려고 하는 걸 모두 포함한다.


말 그대로 좋은 게 좋은 걸 낳는다.


위에 언급한 것들이 바로 선생님이 좋아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선생님이 좋아하는 걸 하려고 노력하고 그게 결국 원활한 학교 생활과 직결된다.


내가 담임교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 반 애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진심으로 애정하고 아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내가 담임 선생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좋아해 주면 서로 이득 될 것이 정말 많다.


좋아하면 잘해주고 싶고, 노력하고 싶고, 힘을 내고 싶기 때문이다.


가끔 부모님들 중에 괜히 담임교사를 아이 앞에서 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결국 자기 아이 손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부모가 선생님을 안 좋게 말하는 순간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이 충격받고, 상처받는다.


그리고 다친 마음을 학교에 와서 그대로 드러낸다.


아직 순수한 아이들이라 표정에서 의기소침해진 마음을 숨길 수 있을 리 없다.


어느 순간부터 슬금슬금 눈치나 보고, 선생님이 좋다가도 일부러 그 마음을 억누르는(?) 그런 류의 행동을 보이면 바로 딱 느낌이 온다.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가 좋을 땐 상관없지만

나쁜 경우엔 절대 그 부정적인 에너지가 아이한테 가지 않도록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피차 간에.


나 같은 경우엔 솔직히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싫은 학부모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한테 그 싫은 감정이 투사되지 않게 하려고 엄청 노력을 했다.


물론 쉬운 건 아니다.

투사라는 감정은 무의식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의식으로 누른다고 해서 아예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뭐 하러 그런 데 에너지 낭비를 해야 할까.


아이를 더 사랑해 주기도 모자란 판에....


엄마(아빠)는 우리 선생님 좋아해->

나도 우리 선생님 좋아->

그러다 보니 우리 반이 너무 좋아->

나 행복하네? ->

나 행복해!!! 오예!!!


이런 아이들의 생각회로 구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앞으론 아이 앞에서 담임교사의 칭찬만 해주시는 걸로 글을 마무리하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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