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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희쌤 Nov 02. 2023

우리는 왜 맨날 우리 돈으로 사 먹어야 할까요?

우리는 왜 맨날 우리 돈으로 사 먹어야 할까요?

6명이서 해신탕 소자 한 개를 시키고 칼국수 사리를 잔뜩 넣어 양을 맞췄다. 

협의회비를 쓸 겸 선생님들과 학교 근처 해신탕집에 갔다.


6명이서 쓸 수 있는 예산은 12만 원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해신탕 가격 소자가 9만 원이었다.


물가가 심하게 오른 것을 체감하며 6명이서 해신탕 소자 한 개를 시키고 칼국수 사리를 잔뜩 넣어 양을 맞췄다.


"물가가 엄청 올랐네요. 샘들하고 12만 원이면 배 터질 줄 알았는데 은근 빠듯해서 놀랐어요."


내가 운을 띄우자 선생님들께서는 맞아 맞아하시면서 말씀하셨다.


"돈 초과되면 우리 돈으로 내죠 뭐. 괜히 배곯지 말고 충분히 먹읍시다."


그러자 한 분이 한숨을 푹 내쉬며 "휴 우리는 왜 맨날 우리 돈으로 사 먹어야 할까요? 다른 곳들은 법카니 뭐니 해서 자기돈 안 쓰던데..."


그러고 보니 우리 돈으로 사 먹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모르고 있었다.


전에 가졌던 커피 타임도,


더 전에 가졌던 와플 타임도,


모두 우리가 십시일반 돈을 걷어 먹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협의회비마저도 교장선생님께서 교직원 전체 회식할 때 쓰신다고 예산을 끌어가셔서 우리 학년이 쓸 수 있는 협의회비는 거의 없었다.


협의회비가 없다 보니 선생님들과 올 한 해 함께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셔본 적이 거의 없다.


하긴 누가 제 돈 내고 협의회를 하려고 할까..... 다 일인데 어떻게 보면...


해신탕은 맛있었지만 우리의 현실은 쓰디썼다.


해신탕을 다 먹고 계산하려고 하니 가격이 딱 12만 1000원이 나왔다.


"어떡하죠? 12만 1000원이 나왔어요!"


내 외침을 듣고 우리 학년 막내샘이 가방에서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제가 낼게요 천 원"


막내선생님께서 천 원을 그냥 기부하셨다. (눈물....)


'아휴~ 천 원 한 장도 우리가 내네!'


다 같이 푸념하며 2차로 근처 카페에 갔다.


너무너무 맛있어 보이는 와플이 9천 원이었다. (물가 진짜 대박)


우리는 6명이서 와플 3개와 아메리카노 3잔 라테 3잔을 시켰다.


6만 원 정도가 나왔다.


아까 해신탕집에서 12만 원을 다 썼기에 당연하단 듯이 우리 회비에서 냈다.


커피타임은 정말 즐거웠지만 우리는 왜 소위 말하는 '법카'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제 돈으로 사 먹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특히나 올해는 교장선생님이 동학년 협의회비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전체 교직원 회식 예산으로 끌어가셨기에 더욱 기근에 시달렸다.


동학년 협의회 은근 중요한데....


은근 샘들하고 교육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알짜배기 노하우도 많이 공유하는데....


기근에 시달리는 우리 현실이 아쉬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들하고의 시간은 정말 달콤해서 냉탕 온탕을 오가는 날이었다.   


https://youtube.com/@lahee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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