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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희쌤 Nov 14. 2023

분리된 아동을 어디로 보낼 것인가??

학교에서 내년도 학교 생활 규정을 정해야 한다며 동학년끼리 의견을 모아 오라고 했다.


그중 가장 핫한 안건은 '분리된 아동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에 대한 안건이었다.


지금까지는 분리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었고, 있었다 하더라도 분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말 그대로 금쪽이의 난동을 아이들과 교사가 다 받아주고 감내해 주던 상황..!


드디어 분리 조치에 대한 규정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부장님은 우리에게 의견을 물으셨다.


"선생님들께서는 교실 안에서 1차, 2차 경고를 어기고 방해 행동을 한 학생을 어디로 분리 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다들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오던 찰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연히 외국처럼 교장실, 교무실을 생각했는데 교장실과 교무실에서 절대 못한다며 반대를 하셨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단체는 관리자의 책임만 강조하지 말라는 성명문을 냈다...;;

(문제 학생 관리를 담임교사들은 매번 해왔는데;;)


울산 교원단체 "비민주적 학교생활규정 표준안 철회하라" (출처 : 연합뉴스 | 네이버)
https://naver.me/FhNfWbPU

....

살무사님들은 실무사님들대로 절대 못한다

관리자들도 절대 못한다

상담선생님도 절대 못한다

사서 선생님도 절대 못한다

....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자기들은 절대 문제아동을 맡을 수 없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이렇게 모두가 반대하면 결국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진다.


원래처럼 아동을 분리조치하지 못하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교사가 그대로 감내해야 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내년에 내가 만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자는 생각이 들었다.


"부장님, 저는 교장실이나 교무실(교감선생님)로 했으면 좋겠어요.


담임교사 다음으로 분리조치 넘기는 장소는 좀 더 윗선으로 올렸으면 좋겠거든요.


반대하신다고 해도 의견 피력은 하고 싶어요. 부탁드려요."


그러자 말을 못 하고 계시던 다른 선생님들도 내 말에 동조해 주셨다.


- 맞아요. 교장실, 교무실이 맞죠.

- 아이들한테도 그게 더 효과가 있을 거예요.

- 분리조치 정도면 1차, 2차 경고까지 어겼을 경우인데 교장실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외국도 그렇게 한다는데 저희도 그렇게 해요.


용기를 낸 김에 한 마디 더 얹었다.


"여기 규정에 '유휴교실을 활용한다'라고 쓰여있는데 이렇게 되면 자칫 보결같이 될 수 있어요.


분리조치할 학생을 여기저기서 다 거부할 경우 결국엔 비어있는 교실로 보내게 되는 거죠.


그러면 보결 수당도 받지 못한 채 다른 반의 문제 아동을 맡아주는 형국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거 극구 반대해요.


지금 보결 수당도 12000원밖에 못 받은 채 계속 뺑뺑이 돌리고 있는데 분리조치까지 떠맡다니요."


그러자 선생님들은 그러고 보니 그렇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분명히 쐐기를 박아야 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유휴교실' 단어 생략이랑 '교사는 분리조치 맡지 않는다'고 명시 부탁드려요. 위에 가서 안 받아들여질지 몰라도 일단 의견은 꼭 피력하고 싶어요."


그러자 부장님께서는 알겠다며 비장하게 적어주셨다.


휴, , 교육청에서는 이 부분을 명시해주지 않고 각 학교별로 장소를 설정하라고 하니까 이 문제가 일어나는 거다.


애초에 명시적으로 밝혀줘야지 결국 싸움은 각 학교에서 알아서 하고, 자기들은 불똥 튀거나 책임 소재 떠맡기 싫다는  아닌가.


일단 이렇게 말을 해놨는데도 많이 불안하다.


어차피 우리 3학년 학년회의에서의 의견이고 다른 학년 의견은 어찌 될지 모르는 데다


관리자 눈치에 그냥 유휴교실 넣자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이다.


(아니 보결처럼 되면 본인들이 책임지실 거냐고요...

지금 보결 들어가는 것도 너무 힘든데...

지금 당장 잘 보이면 다냐고요...)


담임교사들은 그동안 늘 해오던 문제 학생 관리를 자기들은 절대 하기 싫다는 소위 학교 공동체 가족(^^)들의 행태를 보며 결국 각자도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 내지 않으면 누구도 떠먹여 주지 않는 세상.. 

잘 살아남아야겠다. 파이팅!!!!!!!


https://youtube.com/@lahee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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