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부처의 자문단을 해보았다.
현재는 **부 2030 자문단으로 활동 중이다.
자문단 활동을 하면 할수록 '이래서 자문단 활동이 안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탁상행정의 끝판왕.......
물론 자문단 활동으로 실제 제안되는 좋은 법안들도 많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조금이나마 반영되는 건 사실이다.
다만,
방식을 바꾸면 더더더더 더욱 참신한 정책들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을 텐데 조금 아쉽다.
지금의 방식은 좋은 정책 아이디어가 100개 있다면 자체 진입장벽 때문에 1~5개 정도만 반영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대체 자체 진입장벽이 어떻길래 이럴까...??
우선 자문단에 합격하여 정책 제안을 하려면 '정책 제안서'라는 걸 작성해야 한다.
A4용지 십 수장 분량으로 <정책 개요, 목적, 기존 제도와의 비교, 실행방법, 예산 계획, 관련 법안, 참조 서적...> 등을 적어내야 한다.
이걸 적다 보면 그냥 기절직전... 힘들어서 나가떨어진다.
물론 정말 멋지게 써서 내시는 분들도 많다.... 정말 대단하다....
열심히 적어내면 바로 피드백이 날아온다.
- 더 자세히 적어주세요
- 더 구체적으로 적어주세요
마치 국회의원이 된 것처럼 힘든 서류 작업을 했지만 계속 더더 내용을 채워달란 요구를 받으면 겁이 난다 ㅠㅠ
진짜 대승적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건데....(나한테 직접적으로 이득 되는 건 없음 ㅠㅠ) 계속 지적받으며 서류 작업에 매몰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그냥 나 정책 제안 안 하고 서류 작업 안 하고 싶다....ㅠㅠ'
좋은 일 좀 해보고 싶다... 청년의 패기로 신선한 에너지 불어넣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자문단에 지원한 건데 서류 작업하다 보면 학교 행정 업무와 다를 바가 없다.
아니 오히려 학교 행정 업무는 양반이다.
나도 모르는 법령을 찾고, 기존 제도들을 분석하고, 실체 없는 예산(EX: 50억 예산이 있다고 칩시다)을 가지고 운용 시뮬레이션을 자다 보면 현타가 아주아주 진하게 온다.
'내가 이런 고통받으려고 자문단에 지원한 건가.....'
우리 분과원들과 지금 짜고 있는 정책 2개는 정말 저소득층에 도움 되고 출산율에 도움 되는 정책들이다.
내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 해도 진짜 정말 좋은 정책들이다.
정말 뿌듯한 마음으로 정책 제안서를 열심히 만들어 제출했는데 피드백이 왔다.
'**분과 성격과 맞지 않아 정책 폐기하는 걸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네...???!! 폐기요..???!!
분과 성격이랑 좀 안 맞으면 어떤가 싶다.
분과 성격이랑 안 맞아도 국민한테 도움 되는 정책이면 성심성의껏 제안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분과원들은 이 말을 듣고 위축돼 있고, 그걸 지켜보는 분과장인 나도 속상하고......ㅠㅠㅠ
서류적인 절차보다 정말 국민을 위한 정책인지, 진심으로 필요한 정책인지를 더욱더 비중 있게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청년이 정책 제안을 한다는 취지에 정말 공감하고, 더욱더 활성화되길 바라는 입장으로서 자문단 시스템이 좀 더 개선되면 좋겠다.
현 자문단으로 활동하는 1인으로서 용기 있게 한 마디 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