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행복해야 삶이 행복하다
"Happy wife, happy life"라는 속담은 20세기에 미국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물론 Happy wife, Happy life가 영어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사실 그리스 시대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그리스의 속담도 '행복한 아내, 행복한 가정' 이라는 말로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이런 종류의 속담들은 시간이 수 천년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행복한 가정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표현은 남성 중심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보통 어떤 것이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그 이야기되는 내용이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니 말이다.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는 표어가 많은 이유는 흡연자가 많기 때문이고, 공공 장소에서 공중 도덕을 지키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면 이것은 그곳에서 공중 도덕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보통 잘 하고 있는 것은 굳이 또 써놓지는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행복한 삶을 살려면 아내를 행복하게 하라는 말은 아내를 행복하게 하기는 커녕 말썽을 피우는 남편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말들이 공공연히 자주 들리지는 않는 것을 보면 요즘에는 말썽을 부리는 남편이 줄어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사실 시대가 많이 변해 버린 요즘에는 말썽을 부리는 쪽이 남편인 경우도 있고 반대로 아내인 경우도 없지 않게 되어 버렸다. 이젠 Happy Wife, Happy Life가 아니라 Happy Spouse(배우자), Happy Life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나라에도 동일한 뜻의 속담이 있다. "마누라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는 속담 말이다. 다들 알겠지만, 아내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이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속썩이는 남편이 많다는 내용도 담고 있을 것이다. 남편들이 멋대로 독단적으로 일을 벌이고 제대로 마무리를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런 사고를 경계하고자 만들어진 말이리라.
물론 꼭 남편만이 문제를 일으킨다기 보다는, 아무래도 과거엔 남자가 경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말썽을 피울 가능성도 남편 쪽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집에서 가사만 돌보면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바깥 생활을 하는 쪽에서 더 많은 기회나 유혹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본의 아닌 말썽'을 부리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와 비슷한 속담이 세계 각지에서 모두 동일하게 발견된다는 것이다. 프랑에서는 Une femme heureuse, une maison heureuse라는 말이 있다. '행복한 아내, 행복한 가정' 이라는 뜻이다. 궁금해서 좀 찾아보니 일본에도 같은 속담이 있고, 브라질에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가정 폭력이 많기로 유명한 러시아에도 있고, 심지어는 '女權'이 바닥이라고 알려져 있는 아랍권에도 거의 유사한 내용의 속담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곳은 몰라도 아랍권에도 그런 속담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행복한 아내, 행복한 가정' 이라는 속담이 발견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말 그대로 아내가 행복하고 만족을 느끼면 가정 전체의 조화와 행복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거의 없겠지만 혹시라도 오해를 할 수 있어서 첨언한다. 어떤 사람은 Happy Wife, Happy Life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내만 조용히 현실에 만족하면 집안이 평온하니 남편이 좀 부족하고 말썽을 피우더라도 참으라' 라는 식으로 말이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더라도 Happy Wife, Happy Life는 그렇게 해석할 수는 없다. 만약 위와 같이 해석되려면 Patient Wife, Happy Life, 즉 '참는 아내, 행복한 삶'이라고 써야 한다. Patient Spouse, Happy Life로 단어를 Spouse(배우자)로 바꿔도 결코 좋은 문장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Happy Wife, Happy Life라는 말을 떠올린 것은 오늘 아침에 출근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최근에 부린 말썽이 뭔지 되돌아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이건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하는 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