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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리 기베르트의 '미래 모델링'

당신은 '무조건적 사랑'을 해 본적이 있는가?

by Eaglecs

들어가는 글


우리가 TV에서 허다하게 마주치는 드라마의 주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재벌, 의사, 건축가, 그리고 회사원, 등 TV속의 인물은 매우 다채롭다. 그들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엮어서 글을 쓰고 그게 드라마화 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인물들 간의 ‘사랑의 관계’는 빠지지 않는다.

아시다시피 과거에 TV 방송이 드라마의 유일한 제공자였을 때는 드라마의 내용은 사람과의 관계가 주였다. 그 외에 다룰 만한 사회적 관계의 다양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와 문화가 급 성장한 지금은 TV 방송 드라마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의 폭이 엄청나게 넓다. 병원, 법정물, 언론, 그리고 다양한 시대로 타임 슬립하는 내용, 범죄물, 미스테리물, 그리고 정말 다양한 웹툰의 드라마화, 현대적으로 해석된 사극, 열거하자면 더 많겠지만, 과거의 TV 드라마가 다루는 주제와 지금 다루어지는 주제의 다양성은 비교 불가라고 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큰 변화 속에서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하나의 주제가 있는데 그게 바로 ‘사랑’이다. 꼭 주인공 혹은 조연들끼리 사귀고 결혼하는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사랑이라는 것은 인간의 삶 속에서 필수 불가결하게 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사랑을 이야기한다. 비탈리 기베르트가 이야기하는 사랑은, ‘무조건적 사랑’이다. ‘사랑’과 ‘무조건적 사랑’은 완전히 다른 의미이다. 일반적인 ‘사랑’은 애착과 기대 혹은 욕망과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 ‘사랑’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건’이 있다면 그건 무조건 적인 혹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분들은 조건없는 사랑을 한 적이 있는가? 나도 젊어서는 없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어떤 것이 조건없는 사랑인지 희미하게 알게 되었고 따라서 가능한 선에서 그걸 하려고 노력 중일 뿐이다. 너무 젊은 나이에는 조건 없는 사랑을 하기도 어렵다. 오늘 이 글을 통해서 그게 뭔지 재 인식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내가 감히 그걸 하라고 권할 입장도 아니라서 비탈리 기베르트의 입을 빌게 되었다.




본문


비탈리 기베르트라는 러시아 초능력자(혹은 명상가)의 '미래 모델링'이라는 책을 본 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게는 정말 생소한 이름이었는데 인터넷 서점의 구매 추천 알고리즘에 이끌려서 읽게 되었다. 1988년생이니 나이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우 특별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 TNT 방송국의 쇼 프로그램인 ‘초능력 겨루기’에 출연하여 다양한 능력(예지력, 치유력, 등)을 현장에서 시연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의 책을 상세히 다루기 보다는 내가 공감이 갔던 부분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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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은 내가 그간 즐겨 보아온 영성 관련된 책들과 유사한 성향의 내용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 공감이 많이 갔다. 책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책의 진정한 핵심적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것이다. 유명한 동양 고전에도 나오고 성경에도 나오는 말인, ‘내가 받고 싶은 대로 너도 남을 대하라’, 라는 내용도 나온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젊은 사람이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너무도 진지하게 하여 계속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랑은 ‘조건 없는 사랑’이다. ‘오직 사랑으로 해 나가라’는 말도 가슴에 와 닿는다. 이미 생각하고 있겠지만, 지극히 자명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당신은 정말로 '무조건적 혹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매일 매일을 살아가면서 누구를 혹은 무엇을 얼마나 사랑할까? 이 책에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은 하나다’ 라는 말도 있는데, 역시 ‘진정한 사랑’과 함께 이 책의 중요 내용이기도 하다. ‘나와 타인이 서로 다르지 않은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는데 왜 타인을 사랑하지 않는가?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즉시 나에게 해를 끼치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그러지 말라’라는 내용도 나온다. 상당수의 종교에서 설파하는 내용과 동일할 것이다.


깊은 사랑의 대상은 모든 생명체에 대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고백하자면 나는 A 부터 Z 까지 기탈리 기베르트의 책에 나온 모든 내용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내가 스스로 그런 사랑의 힘을 겪었기 때문이며, 사랑의 힘, 특히 진정한 사랑인 조건 없는 사랑의 힘을 내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력하고 큰 조건 없는 사랑을 내가 언제나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런 경우를 경험하곤 했다는 정도로 이해 바란다.


길을 지나다 힘든 모습을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무거운 짐을 끌고 가는 노인, 노쇠하여 혹은 몸이 아파서 걸음걸이가 어려운 분들, 불구로 다리를 저는 분들, 등 내 눈에 보기에 뭔가 부족해 보이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눈에 띄면 습관적으로 어서 그 고통에서 벗어나서 건강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기도를 한다. 적극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이정도의 마음을 속으로 갖고 있는 분들은 꽤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자선 단체가 소액 기부를 통하여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고, 연말 자선 남비가 가득차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위로가 되거나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마음속으로라도 기도하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그런 사람이나 상황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게 된다. 이런 것이 일종의 소극적 수준의 조건 없는 사랑이리라.


사랑에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겠지만, 역시 사랑의 정수 중의 정수는 비탈리 기베르트가 이 책에서 반복하여 언급한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어머니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그렇다. 물론 아버지의 사랑 또한 그렇다. 자식과 아내를 위하여 목숨과 가진 것을 내놓을 아버지들이 이 땅에는 많다. ‘기꺼이’는 아닐 것 같은데, 많은 아버지들은 굳이 그들과 자신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자신의 목숨을 내 놓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감히 말하건데 나 또한 그중에 한 명일 것이다. 아주 젊었을 때는 그런 생각을 자주 하지는 않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 정도 앎이 늘어나고 무엇이 진정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고 책임지는 자세인지에 대하여 깊이 이해하면서 나의 희생은 희생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냥 사랑의 한 형태이고 남편과 아버지로서 해야 할 책임의 한 형태일 뿐이라는 생각이 커졌다. 다시 말하지만 '기꺼이'는 아닌 '선택'임을 고백한다.


회사에 재직하는 관리자들 중에서 부하 직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신이 앞장서서 책임을 진 적이 있다면 이 또한 깊은 사랑의 한 형태라고 단언할 수 있다. 보직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져야할 책임을 진 것 말고, 부하 직원의 복지를 얻기 위하여 예외적인 노력을 했다던지, 기타 부하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도 주고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여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했다던지 하는 것도 나는 ‘일종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사원의 복지 증진’ 그리고 ‘충분한 인력의 채용을 통한 업무 환경 개선’은 정확하게 회사의 방침과 반대이기 때문에 이런 관리자들은 그의 능력과 상관없이 경영진의 눈엣 가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사원들을 먼저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완벽한 오산이다. 그들의 업의 속성상 회사를 오래 유지시키고 성장시키는 것이 그들의 최 우선적 과제이고 그 과제를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자원 중의 하나가 '사원'이다. 우선적 고려 대상이 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본질을 알면서도 회사와 사원의 동반 발전 그리고 사원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함과 동시에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하여 그런 행위를 한 것이다. 그는 그의 회사 내에서의 목숨을 스스로 갉아 먹은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젊은 사원들이 있다면 자신의 부서장이 만약 그런 사람이라면 자신은 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런 일들은 당연히 해야 할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분도 있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기업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잘 아시듯이 최소 자원의 투입을 통한 최대 산출 및 이익이라는 기업의 기초적 목표에 정면으로 위해되는 것이 비용의 증가인데, 그 ‘관리자’는 그걸 하고 있는 것으로 비추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비용의 하락을 기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여전히 내게는 욕심과 에고가 적지 않게 남아 있기때문에 울컥하거나 억울한 느낌, 공허감 등을 경험하곤 하지만, 그래도 그보다는 내가 사랑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내 책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앎은 꽤 견고한 편이다. 내가 퇴직 전 약 2년간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3시간 반을 운전하여 광주까지 출장을 다닌 이유도 내가 행한 사랑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100% 무조건적 사랑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었다. 업무상 피할 수 없는 일정이고, 내 의무이고, 내가 원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런 위험하고 피곤한 삶을 살아낸 것은 나의 책임을 다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소용되고자 하는 것이 큰 이유였다.

당시,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일'도 아니었으면서 ‘맡은 일의 수행'을 통해 경제 활동을 하고 그로부터 생기는 결과물로 내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제일 중요한 미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가 표현하는 자그마한 사랑의 표현이기도 했다. 한 번은 새벽 3~4시에 출발하면 원래 3시간 30분이면 되는 거리를 거의 한 시간이나 더 걸렸던 적이 있었다. 미친 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졸음 때문에 3번이나 휴게소에서 쪽잠을 잤기 때문이다. 정말 운전하다가 잠이 들어서 저세상에서 눈을 뜰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잠이 세게 왔다. 운전 중에 말이다.

그래서 한 겨울의 휴게소 주차장에서 시동도 끄고(오래 잠이 들까봐 일부러 춥게 했다) 추운 차 안에서 의자를 뒤로 젖히고 약 15~20분씩 3번의 쪽잠을 자면서 잠을 쫓고 광주로 갔던 것이다. 직장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위하도록 내가 프로그램되어 있어서 한 것이었겠지만, 그 이면엔 나의 책임감, 나의 사명감, 나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에서 그렇게 했다고 말한다면 나는 200%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사랑에 대하여 말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내가 사랑을 하고 사랑을 주면 줄수록 내가 더 기쁘고 행복하고 편안해 진다는 것이다. 물질적으로 뭔가를 줘야만 사랑이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스한 미소를 지으면서 상대방을 바라보기, 타인의 허물을 덮어 주기,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기도해 주기, 좋은 말 해주기,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사랑은 베풀어질 수 있다.


오늘은 난 어떤 사랑을 베풀었을까?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마주친 사람들에게 최대한 밝고 순수한 미소를 띠고 인사를 하면서 나의 자그마한 사랑을 전하려고 노력한 것같다. 그리고 누구도 비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했다. 이것도 사랑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왜냐? 앞서 이야기 했듯이 내가 남에게 받고 싶은 대로 내가 남에게 먼저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게 바로 이해이고 공감이다. 이것이 사랑이고 핵심 중의 핵심이다. 사랑은 매우 유용한 것 같다. 베풀어도 베풀어도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가니 말이다. 사랑만큼 수익성이 좋은 종목이 없는 것같다....






나가는 글

감히 '무조건적 사랑'을 하시라고 말은 못하겠다. 다만, 여러분 주위에 있는 분들이 당신을 진정으로 위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할리가 없지 않은가?


타인을 의심하고 두려워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당신과 같은 사람일 뿐이니 그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걸 당신이 이해하고 있다면 당신이 먼저 베풀고 양보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먼저 손을 내 밀어야한다. 도움을 주어야 한다. '무조건적 사랑'을 너무 어렵게 혹은 불가능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휘에 집중하자. 그냥 조건을 걸지 않고 도움을 주는 것이 '무조건적 사랑'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시라. 조건없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게 당신 속에 존재하는 '무조건적 사랑'의 씨앗이다. 그걸 틔우면 된다. 고백하자면 나의 씨앗은 약간 싹이 나긴 했는데 좀처럼 자라 나질 않는다. 당신은 당신 속에 존재하는 그 싹을 먼저 틔우길 바란다. 그리고 계속 그 싹을 무럭무럭 키워 나가길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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