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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은 목발입니다.

맑은 밤 하늘의 별을 보고 싶다. 나의 맨 눈으로 말이다.

by Eaglecs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중학교 2학년 전후로 해서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눈이 나빠진 이유가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고 컴퓨터가 있던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눈이 나빠지도록 책을 많이 본 것도 아니고, TV에 종일 빠져 있을 환경도 아니었다. 채널 선택권이 아버지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력이 떨어졌다. 미스테리이다.

생활 습관이 뭔가 잘못되었던가 아니면 생활 환경이 적절치 못해서 일 것이라는 추정을 해 본다. 당시에는 집안 조명이 그리 밝지 않았었다. 조도가 낮은 형광등과 노란 백열등으로 집안을 밝혔었다. 따라서 밝지 않은 조명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면서 시력이 나빠졌을 가능성은 있다. 특히 눈이 나빠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특정 기간동안의 나의 생활 태도와 생활 환경이 내 눈에 집중적인 영향을 주었고 그로 인하여 내 눈이 단기간에 나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안경.jp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그렇게 안경을 쓰기 시작하여 거의 40년 동안 안경을 계속 바꿔가면서 착용하고 있다. 안경을 바꿀 때마다 시력이 계속 떨어져서 지금은 양쪽 눈의 시력이 0.1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냥 눈이 나빠지니 안경을 쓴다는 막연한 현실 적응적 태도를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유지해 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를 보면 나태하고 아무 생각 없이 나빠져만 가는 눈을 방치해 오고 있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시력이 떨어지면서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방법에 대하여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기도 하고 어처구니 없는 태도 같기도 하다. 시력은 개선될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들었다. 문제는 주로 그런 말을 안경점에서 들었다는 것이다.


시력 검사표.jp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언뜻 생각하면 시력이 개선될 수 없다는 말은 맞는 것 갖기도 하다. 주변에서 시력이 다시 좋아 졌다는 사람을 본적이 없으니 말이다. 인위적인 수술을 통하여 일시적으로 시력을 개선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그런 수술 방법 이외에 다른 방식을 통하여 시력이 개선된 사람은 본적이 없다. 시력이 떨어진 것은 눈이 늙고 어떤 면에서는 병약해진 것이다. 염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눈의 근육이 그 탄성과 힘을 잃어 버려서 제대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에 눈의 초점을 상황에 따라서 정확히 맞출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시력이 떨어져버린 것이다. 그냥 눈이 늙어 버린 것이다.


나이가 한 60 ~70 정도가 되면 통상 노인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최소한 70은 되어야 노인 이라는 말을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젊게 산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 신체를 구성하는 눈의 경우는 70살이 되기도 한 참 전에 급격히 노화한 상태가 되는데 사람들은 그 눈의 노화에 대하여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외형적으로 안경을 쓰는 것 외에는 특별히 눈 기능의 하락으로 인하여 신체가 변형되는 부분이 없어서 시력의 저하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눈에 핏줄이 터져서 뻘겋게 변하거나 심한 다래끼가 나서 눈 속으로 고름이 흐르거나 하는 정도가 되야 눈이 아프다고 생각하지 시력의 저하는 정말 삶에 심각한 불편함을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관대하게 견디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랬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주 어린 나이에 눈이 폭삭 늙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눈이 이미 젊은이의 눈이 아니라는 사실은 인지하지도 못하고 인정을 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안경을 착용했다는 것은 다리가 부러져서 목발을 하고 다니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 눈의 목발을 나는 무려 40년간이나 차고 다니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안경을 착용하고도 제대로 화면에 생성되는 내 글들에 초점을 맞추기 못하고 있고 안경을 벗어 버리면 목을 자라처럼 빼서 앞으로 약 20CM 정도 내밀어야만 제대로 글씨를 알아먹고 계속하여 타이핑을 할 수 가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불편하고 가련한가?

비젼 테스트 아인슈타인.jp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아인 슈타인이 보이면 정상이다.

사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시력 문제로 눈 건강에 대하여 신경을 써 왔다. 마츠자키 이사오 라는 일본인이 쓴 ‘굿바이 안경’ 이라는 책도 있고, ‘당신의 시력도 1.5가 될 수 있다’ 는 등의 책도 있다. 물론 다 사서 봤다. 다양한 이론과 실험 결과 등이 있지만 대충 요약하면 눈을 보호하고, 적당히 사용하고, 눈과 연결된 근육을 많이 움직여서 안근을 강하게 하여 탄성을 유지 시킬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 요점이다. 특히 ‘굿바이 안경’은 다양한 눈 운동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몇 번 해보니 적지 않은 효과가 있어서 바로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츠자키 시력회복 운동.jpg (출처 : 마츠자키 아사오의 '굿바이 안경'. 궁금하면 구입을 권한다. 비교적 저렴한 책이다)

문제는 육체를 단련하는 운동이라면 그렇듯이 대단한 인내가 필요하며 재미도 없고 힘이 든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공부와 마찬가지이다. 공부를 하는데 재미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자연히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적다. 따라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적은 것이다. 반면 공부 대신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데 열중하는 사람들의 수는 절대적으로 많다. 따라서 공부 잘하는 사람은 적고 공부를 못하고 다른 그저 ‘즐거운’ 일들만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눈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매우 재미없고 인내력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눈 운동에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시력이 망가진 상태를 견디면서 산다.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이 재미있겠는가 아니면 눈 속의 안근 운동이 재미있겠는가? 답은 뻔하다.


몽골의 푸른 초원은 사진을 통해서, 혹은 착용한 안경의 렌즈를 통해서 볼 수는 있지만, 제일 보고 싶은 것은 맨 눈을 통해서 이다. 특히 별이 가득한 밤 하늘을 맨 눈으로 쳐다보는 것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러나 지금의 눈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그 어렵다는 담배도 끊었고, 정말 정말 어렵다는 턱걸이도 무려 1년 넘게 꾸준히 하여 나이에 비하여 많은 개수를 할 수 있게 된 적도 있었다. 체중 조절도 상당 잘하고 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과제였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눈에 대한 운동 만큼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당장 극심한 고통을 주지는 않지만 정말 불편하고 답답한 것이 시력 저하에 따른 고통인데 여전히 감내할 만한 것인지 눈 운동을 꾸준히 하는 데에는 반복적으로 실패만 하고 있다. 이번에 다시 한번 시도를 해 볼 생각인데, 과연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는 도대체 감이 오질 않는다. 일단 해 보자. 밝은 하늘의 아름다운 진면목을 더 사실적으로 느끼기 위하여 그리고 어두운 밤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들로부터의 은은하면서도 환상적인 빛도 더 명료하게 내 눈을 통해서 받아보기 위하여.


몽골초원.jp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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