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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존하는가, 혹은 꿈 속인가?

과거는 없어졌고 미래는 오지 않는다. 오로지 지금.

by Eaglecs

어제밤에 하늘을 날았다

꿈 속에서

거대한 크루즈선 보다 더 큰 크루즈선

그 속에 있는 대규모 객석식 강의실의

상단 우측 모서리쪽으로 허리를 숙이고 걸어가서

극장의자 형식의 고급 천재질의 의자를

오른손으로 잡아 내린 후 앉아서

학생들 틈에서 강의를 들었다

꿈 속에서


수업이 지겨웠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밖으로 나와 거대한 크루즈 선상에서

풍경을 둘러보고있었다

기지개를 크게 켠후 눈을 떠보니

암흑속


내방 이불속에서 눈을 떴다

꿈 속에서 나와서

다시 꿈 같은 현실 속으로 돌아왔다

꿈에서 꿈 속으로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이 몸이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약 몇 시간, 어쩌면 몇 분일 수도 있겠는데, 바로 잠을 잘 때이다. 내가 좋아하는 잠을 자면서 꿈을 꿀 때 그런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을 받곤 한다.


나는 어린 아이도 아니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도 매우 다채로운 꿈을 꾸는 편이다. 꿈 속에서 좋지 않은 장면을 만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은 재미있거나 새롭거나 혹은 아름다운 광경을 경험하는 편이다. 밝고, 아름답고,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들을 보기도 한다. 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늘을 나는 경우는 잦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아래로 점프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Flying suit를 입고 날듯이 날아 다닌다. 깊은 물 속으로 잠수하며 다채로운 생명체들을 보는 경험도 자주 했다. 큰 벽에 아름다운 꽃들이 꽉 차게 그려져 있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았던 적도 있다. 매일 매일 잠자리에 들어갈 때 오늘은 또 어디로 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드는 것이 거의 일상이다. 피터팬인가? 철없는 아저씨인가? 그러나 뭔들 상관이 있겠나?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내가 편하고 즐겁고 행복하면 그만이지.


나는 꿈 남자.jpe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평소에 잠을 너무 잘 자고, 특히 잠이 매우 빨리 잘 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잠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학생 때는 다들 학교에서 잠을 많이 잤겠지만(아닌가?_, 난 특히 많이 잤다. 거의 종일 잤던 것 같다. 하루 수업 시간 중에서 제 정신이었던 적은 아무리 후 하게 평해도 30% 정도 밖에 안 될 거다. 그것도 무서운 선생님이라서 두드려 맞을 두려움에 잠을 못 잔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침형 인간이어왔기 때문에 사계절 공히 아침 6시나 7시 전에 꼭 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 즉시 잤다. 수업 시간에도 상당 부분 잠을 잤고, 점심 시간에도 잤다. 혹은 떠들거나. 저녁 자율 학습 시간엔 당연히 잤다. 그리고 집에 10시쯤 되서 들어와서 약간 공부하는 척을 하다가 또 잤다. 내가 생각해도 대학을 간 것이 기적이다. 여행을 가도 잠을 잘 잔다. 잠자리가 바뀌면 뭐가 어떻고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아주 잘 잤다. 적응력 갑인가? 좋게 생각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잠 자는 것은 정말 내가 느낄 수 있는 크나큰 행복과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마음 같아서는 종일 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잠이 오지 않아서 걱정이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간혹 있다. 잠이 오지 않아서 계속 TV를 보거나 불만 끈 채 어두운 방에서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이 들기 위하여 뒤척인다. 그러다 수 시간을 보내고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키지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여 몸은 여전히 피곤한 느낌이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난 잠이 오지 않는 경우를 거의 경험한 적이 없다시피하다. 과거 수년 전에는 일년에 1회 정도 잠이 잘 오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것도 잠이 정말 안 오는 것이 아니라 수일 동안 아주 편안하게 잘 자고 쉬어서 힘이 남은 경우 그런 경험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 봐야 한 시간에서 2시간 가량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드는 경우가 내겐 잠이 정말 오지 않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는 빠르면 1분, 늦어도 2~3분이면 잠에 빠진다. 이게 사람인가? 그냥 스위치를 내린 로봇같기도 하다.


잠을 잘 자는 것은 정말 큰 복이다. 건강한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건강에도 좋고, 시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다. 충분히 건강한 잠을 잔 이후이니 깨어나서는 좀 더 활기찬 생활과 생각 그리고 행동이 가능할 것이니 잠에서 깨어 있는 시간 동안은 일단 좀 더 에너지 넘치고 효율적으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잠을 잘 자기 때문에 내가 거기에 정확히 해당 되긴 하는데 아쉬운 것은 깨어있는 동안에 그렇게 아주 많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거나 삶을 꾸려 나가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보통 새벽 5시 전후로 일어난다. 대부분 간밤에 어떤 꿈을 꾼다. 매번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나쁜 꿈은 거의 없었다. 왜 꿈을 꾸는지는 모른다. 프로이트를 읽었지만 문장이 지루하고 복잡하여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에 따르면 억압된 감정이나 욕구가 꿈 속에서 다양한 역할들을 하면서 펼쳐진다고 하는데 약간은 맞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통상 5시 전후로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하고 11시경에 잠에 들어간다. 6시간에서 7시간 정도를 자는 것이다. 나머지 시간은 육체가 느끼는 현실 속에서 생활하면서 견디고 도전하고 경험하면서 삶을 채운다. 내겐 현실 속의 생활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꿈 속의 생활과 경험 또한 매우 중요하다. 장자의 호접몽처럼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고, 잠 속에서 생활하는 내가 진정한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현실적이라도 말 할 수 없을 만큼 꿈 속의 경험이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꿈 속에서 내가 꿈을 꾸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도 물론 있다. 과거엔 그런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내가 꿈 속에서 꿈을 꾸며서도 그게 꿈인지 모르고 현실로 느껴지는 경우가 잦다. 밝은 빛, 다채로운 생각, 다양한 사람들, 거리, 가게, 물건들, 지하상가, 교통 수단, 비가 오는 날 주차하는 경험, 등 등 매우 다양한 상황이 펼쳐지는데 그게 마치 현실 같다. 꿈 속으로의 도피인가? 특히 꿈 속에서는 시력이 회복되어 모든 것이 잘 보인다. 이게 참 맘에 든다.




꿈은 채우지 못한 욕망의 해방구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순간이 현실이라면 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쩌면 권태로움까지 느끼니 나만의 꿈 속으로 들어가서 내가 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것을 꿈이라는 형태로 하는 것은 아닐까? 회사에서 떠나면 회사에 대한 꿈을 꾸는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었다. 내가 경험했던 회사에서의 일부 생활은 결코 내가 꿈 속에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둬서 그 상황을 끝냈기 때문에 이제는 굳이 떠나고 싶은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도 회사와 관련된 꿈을 꾸긴하지만 그래도 나의 꿈은 어떤 갈구의 형태를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에 지금 이 순간도 꿈이고 꿈 속도 꿈이다. 내가 태어난 것도 꿈이고,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들과 지낸 수 십 년의 세월도 꿈이다. 오로지 내 기억 속에만 어떤 부분은 분명하게 그리고 다른 부분은 희미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꿈이라고 하는 것이다. 1989년 11월 1일 입대하던 날, 아버지는 안방 문을 살짝 열고 머리만 내밀고서 ‘갔다 와라’ 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톤으로 말씀하셨었다. 마치 동네 구멍가게로 담배 심부름시키시듯이. 어머니도 집 밖까지 나와서 배웅을 하시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또한 대수롭지 않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마치 학교에 가듯이 입대하러 집을 나섰다. 30개월을 집 떠나 있어야 하는데 그 이별을 그렇게 한 것이다. 물론 공군이라서 휴가를 자주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막내 아들의 입대 순간’으로 보기엔 참 민망한 그림이다.


입대의 순간과 관련된 그 많은 순간 중에서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분명한 한 조각의 장면은 아버지가 안방 여닫이 문을 살짝 열고 ‘난닝구’만 입은 채로 아무런 느낌도 없이 편안하게 ‘갔다 와라’ 하고 말씀하셨던 것밖에 없다. 35년 전이다. 아마도 그건 꿈이었을 것이다. 그 시절이 있었겠지만,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냥 어떤 어렴풋한 기억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수 년 전에 꾼 꿈과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현실도 꿈이고 꿈도 꿈이다. 오랜 과거 그리고 바로 어제도 꿈이다.



모든 순간은 그래서 꿈과 같다. 지금 이 찰나의 순간도 지나가면 꿈이다.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이 지금 딱 이 순간 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 것을 혹은 꿈 속에 있는 것을 갈구할 필요는 없겠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꿈 속에서 살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나는 오늘 밤에도 또 달콤하고 따뜻한 꿈 속으로 찾아 갈 것이다. 거기서 뭔가 경험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해방감을 경험할 것이다. 어쩌면 그 역시 잠들어 있는 그 순간을 진실로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겐 현실 밖에 없으니 비록 꿈을 꾸더라도 그 순간은 그게 현실인 것이 아닐까?


지금은? 난 또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끝나지 않는 꿈. 현실 속에서 현실을 느끼면서 동시에 꿈을 꾸는 사람. 모든 인간이 그러게 살 것이다. 그것을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모든 인간은 지난 과거를 회상할 뿐, 다시 그것을 동일하게 경험할 수는 없다. 꿈이니까.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즐거운 한 편의 꿈 속이 되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꿈에 이왕 들어왔으니 즐겁게 보내다 나가야겠다. 누구도 내 꿈을 방해할 수 없다. 원래 꿈 속에서는 생각만 잘 하면 다 뜻대로 되곤 했다. 지금 꾸고 있는 내가 현실이라고 여기고 있는 이 꿈도 내 뜻대로 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고 내 뜻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믿으면서 계속하여 꾸는 것이 좋겠다.





(첨언)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는 잠자는 상태라고 한다. 가장 에너지 소모를 적게 하면서 편하게 존재할 수 있는 상태가 잠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깨어 있을 때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깨어 있는 것은 위험을 감지하고 경계를 하거나, 생존을 위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한 포식 활동을 하기 위함이다. 인간을 동물적 관점에서 본 것이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인간이 동물이라는 것이다.


잘 생각해 보시라. 당신이 하루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분야가 어디인지? 잠자는 시간이 대충 8시간이니 1/3 일 뿐이니 일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아닐 것이다. 일하는 8시간 중에도 상당한 부분을 희망하고 갈구하고 뭔가 욕망하는 생각으로 보낼 것이다. 이것은 그런 내용의 꿈을 꾸기위한 예열 작업일 수도 있다.


결국 우리 삶 속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꿈과 비슷한 성분인 욕망, 희망, 갈구와 같은 심리 상태에 노출되어 있는 시간이거나 혹은 긴 잠속에서 그런 심리상태가 지속되는 수면의 형태이다. 결국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잠자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경영자나 연구원들은 현실을 더 많이 살지 않냐고? 그들이 현실을 그렇게 사는 것도 그들의 꿈을 위해서다. 현실 속에서 계속 꿈을 가꾸고 있는 것이니 꿈을 꾸는 것과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방법과 형식에 차이는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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