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3. 빠지지 않으려 하다가는 진짜 빠지게 된다. (p74 ~ p76)
"원숭이를 생각하지 마!" 라는 말을 들을 때, 우리는 오히려 원숭이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그 이유가 뭘까? '원숭이'는 감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지만 '하지 마!'라는 말은 순전히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곧잘 "호수를 조심해야 해!"라고 중얼거리면서, 머릿속으로는 공이 호수를 향해 날아가서 풍덩 빠지는 장면을 떠올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을 보내려고 하는 곳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다. 공을 보내고 싶지 않은 곳, 즉 피하고 싶은 해저드를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몸은 그 부정적인 이미지에 반응하고, 결국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아쉽게도 벙커가 내 뇌리에서 사라지질 않았습니다. 나는 공의 위쪽을 때리면서 벙커를 피해 보려 했지만 공은 무심하게도 퉁퉁 튕기면서 벙커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마 내가 일부러 그 벙커에 공을 빠뜨리려고 했더라면 결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느 뛰어난 아마추어 골퍼의 이야기다.
거대한 호수가 있는 홀
이곳은 이천 블랙스톤 cc 서코스 4번홀이다. 파3이고 226m이다. 화이트티로 내려와도 180m 전후가 되기 때문에 보통 아마추어는 공을 그린에 올리기에는 꽤 애를 먹는 홀이다. 사진의 좌측에 그린이 보이고 거기에 이르기 위해서는 물을 가로질러야만 한다. 딱 봐도 호수의 크기가 압도적이다. 물론 그린의 완전 좌측을 겨냥하여 멋진 페이드를 치면 호수의 좌측을 타고 부드럽게 오른쪽으로 휘는 멋진 샷이 가능하긴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한 팀에서 최소한 한 명은 공을 호수로 보낸다. 그리고 적지 않은 팀에서 50% 이상의 인원, 즉 4명 중 2명이상이 공을 호수로 보낸다.
사진속 그린위에 있는 사람들중 2명도 공을 호수에 빠뜨린 사람이다. 샷 후에 내지른 그들의 허탈한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소리는 '나이스 샷 !' 혹은 '굿 샷!'이 아니다. '악!', '아 진짜!', '어어... 아..', '어이쿠', '아 정말로!', '거기 위험해요!', '가서 확인해 볼게요!, 이런 종류의 말들이 가장 많이 들린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공을 잘 보냈을 때 나오는 말은 아니다. 다른 표현도 엄청나게 많지만 생략한다.
내 인식에서 사라진 거대한 호수
왜 공을 그 많은 사람들이 호수로 보내는지 작가는 매우 간결하지만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호수는 우리의 감각으로 선명하게 인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수 말고 다른 공간을 인식하려고 해도 압도적인 호수의 크기는 우리의 시각을 사로잡는다. 나도 저 홀에서 여러번 경험했지만 아무리 왼쪽을 겨냥하고 페이드 샷을 쳐도 공은 물속으로 가기 일쑤였다. 그래도 성공한 적은 있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샷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5번 우드로 그린의 좌측을 겨냥하고 멋진 페이드를 쳤던 것이다. 그 볼은 내가 머릿속에 그린대로 약간 왼쪽으로 향하여 그린의 2/3지점까지 날아가다가 거기서부터 오른쪽으로 살짝 휘면서 페이드가 걸렸고 핀이 꽂여있던 그린의 우측에 떨어졌다. 너무 잘 맞은 공이어서 평소보다 한 클럽을 더 보내서 공이 그린을 벗어나긴 했지만 그 샷 만큼은 내 기억에 아주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나는 그때 어떻게 그런 기가막힌 샷을 칠 수 있었을까? 한 마디로 그때는 정말 부정적인 생각 자체가 없었다. 5번 우드에 자신감이 있기도 했지만 그날은 유독 잘 될 것같은 생각이 있었고,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샷을 할 때 그 거대한 호수의 물을 볼 수가 없었다. 물을 인식한 기억이 없다. 즉, 물을 내 감각(시각)이 인식하지 않았던 것이다. 매우 분명하게 기억하는데 그때 내가 집중했던 것은 그린의 중앙에서 약간 왼쪽이었다. 그리고 그 어느때 보다도 더 확신을 가지고 스윙을 했었다. 그 결과가 위와 같았던 것이고 난 그것을 아직까지 매우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는 눈이 달렸기 때문에 눈앞의 거대한 장애물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그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목표물에만 집중할 수 있을 가능성은 높지않다. 그리고 우리가 타고난 감각을 필요에 따라서 무감각하게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은 모든 것을 우리 감각에 담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내적 확신을 강하게 갖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질문이 나올 것이다. 그런 내적 확신을 강하게 갖고 싶어도 안되는 것을 어떻게 하냐고?
자신을 믿고 운에 맡겨라. 그러나 운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기껏 한다는 소리가 운에 맡기라니 어이가 없을 수도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설적인 골프 선수인 Gary Player가 한 말을 기억하라. '연습을 많이 할 수록 운이 좋아진다.' 맞다. 연습을 많이하면 확신이 생기고 그 확신은 당신의 실수를 줄여 줄 것이며, 실수가 줄어든 당신은 좋은 샷을 할 가능성이 많아지고, 일부 샷 미스를 해도 큰 실수를 하는 경우는 줄것이다. 결과적으로 운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운' 밑에는 '연습'이 깔려있다.
오늘은 골프이야기만 했는데,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어려운 상황이 와도 잘 극복할 수 있으려면 '내적 확신을 갖고 자신을 믿어라. 그리고 최선을 다하여 행한 후 좋은 운까지 기대하라.' 그리고 앞으로 계속 운이 좋게 하려면 골프에서처럼 일과 관련된 연습을 많이 하면 된다. 너무 쉽게 이야기해서 이해도 안되고 어이도 없을지 모르겠는데, 오로지 내 경험이긴 하지만, 사실이다. 일과 관련된 연습은 곧 일에 대한 숙련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 숙련도가 올라가면 회사에서 다양한 '일과 관련된 어려운 상황'이 와도 남들보다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