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무탄트 메시지'를 처음 본지 벌써 20여년 가까이 지난 것 같다. 그간 서너번 다시 읽으면서 의사인 말로 모건이 자신의 너무도 특별한 경험을 세밀하게 기록한 그 책에 나오는 엄청난 내용들을 다시 만날 때마다 나는 나의 모든 모습을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왜인지는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분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소설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소설이든 아니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직 접하기 전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은 말로 모건이라는 여의사가 호주 원주민들의 모임에 초대를 받고, 그 이후 무언가에 이끌려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호주 사막을 횡단하면서 깨닫게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 그리고 진정한 삶을 산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사랑하고 도움을 주고 받을 때 가능하다는 것, 현대에 만연한 극도로 심한 소비 위주의 삶의 방향이 정말 잘못된 길이라는 것, 인간이 세운 문명이라는 것의 유일한 목표는 실제로는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완전히 해체하고 없애는 지름길을 닦는 것일 뿐이라는 내용 등으로 꽉 차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자연과 함께 공생하는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을 사는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지난 수십년간 수많은 '의식있는 사람들'에 의하여 꾸준히 인류를 설득하고자 했지만 그렇게 진실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다. 아무리 그런 삶의 방식을 닮자고 해도 인간의 삶의 방식은 끝없는 생산과 소비의 순환을 따라갈 뿐이다. 그 결과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암이 실제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에서 2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사람은 자신이 암에 걸린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암이 본색을 완전히 드러내서 병증을 보이기 시작하면 인간은 거기에서 벋어나기가 쉽지 않다. 꽤 많은 수의 비율로 암은 결국 그 사람의 생명의 끊을 잘라 버린다.
산업화 이래 지금까지 중단없이 이어온 생산과 소비 그리고 파괴라는 순환의 문화는 결국 인류에게는 종양의 씨앗이 될 것이고 그 증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 기온과 그로 인한 다양한 인명 피해이다. 엘리뇨 탓이라고 하는 엄청난 양의 폭우도 마찬가지다. 엘리뇨가 원인이지만 그 엘리뇨가 강해진 것은 우리 문명의 탓이다. 수 많은 공장에서 나오는 악취나는 오염된 가스는 대기를 오염시키고, 같은 곳에서 배출되는 오수는 물을 썩게 만든다. 토양에 뿌려지는 과도한 농약과 비료는 땅의 정기를 빼았는다. 엄청난 지하수를 뽑아서 산업에 활용하고 식수로 사용하는 통에 지반이 내려앉는다. 중국의 경우는 일부 거대 도시 전체가 서서히 침하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옮기는 이유중 가장 큰 이유가 해수면이 높아져서 땅이 물에 잠기는 것인데, 이것은 해수면도 높아지지만 동시에 지반의 침하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반의 침하는 바로 과도한 지하수의 남용이 원인이다.
말로 모건과 수개월간 동행하며 호주 사막을 횡단한 원주민들은 문명인들을 '무탄트'라고 부른다. 즉, 돌연변이라는 것이다. 돌연변이는 기본적인 구조에 어떤 특이하고 중요한 변화가 생겨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을 말한다. 다시 말에서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일들만 골라서 하는 '문명인'이 그들에게는 그런 '인간이기를 스스로 거부한 돌연변이'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자연을 파괴하기만 하고 전혀 돌보지 않는 문명인이 그렇게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을 것이다.
'참사람 부족'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그 호주 원주민들은 이제 더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만물의 어머니인 대지를 당신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떠난다. 당신들의 삶의 방식이 물과 동물과 공기에, 그리고 당신들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를 깨닫기 바란다. 이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당신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무탄트들 중에는 자신의 참된 자아를 이제막 되찾으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충분히 노력과 관심을 기울인다면 지구의 파괴를 돌이킬 시간은 남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을 도울 수가 없다. 우리의 시대는 끝났다. 비 내리는 것이 이미 달라졌고, 더위는 날로 심해서 가고 있으며,동식물의 번식이 줄어드는 것을 우리는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우리는 더 이상 영혼에게 인간의 모습을 주어 이곳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 이 사막에는 이제 물도 식량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의 부족인 우리 참사람 부족은 지구를 떠날 것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기간 동안 우리는 가장 높은 차원의 영적인 생활을 실천하기로 결정했다."
거의 완벽한 문명인인 대다수의 '우리'의 삶의 방식은 어떨까? 아마도 '무탄트'와 거의 동일할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생산해야 하고 우리는 그 생산을 위한 조력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 문명의 구성원으로 남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완전히 변이된(Mutated) 존재인 우리 각자에게는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 물건의 구매를 최소화하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 나의 집에서는 재 활용쓰레기가 배출된다. 어쩔 수 없는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하고 그 후엔 잔여물을 배출하는 또 한 명의 공범이 된다. 굳이 면죄부를 주자면 심한 흉악범은 아니고 단순 잡범 수준 정도일 것이라는 점 정도이다. 그래도 오십보백보다. 다른이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문명인의 한 사람 즉 무탄트로서 이 지구에 별로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제와서 내가 문명인이기를 거부하고 산속으로들어가서 옷을 벗어 던지고 풀만 뜯어 먹고 살 수는 없을 것같다. 그냥 지금 내가 해 오듯이 최대한 아끼고 소비를 억제하는 삶을 추구하는 정도로 내 몫을 조금이나마 더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