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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젠골프' 읽기 (2부:준비) 5/15

2부. 준비, 액션 그리고 반응

by Eaglecs

4. 결정은 단호해야 한다. (p76 ~ p78)


역사상 퍼팅을 가장 잘한 골퍼로 평가받는 바비로크는 이런 말을 했다. "퍼팅을 할 때 한 줌의 의혹이라도 있으면 거의 언제나 실패합니다."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너무 강하게 쳐서 공이 경사면을 넘어 홀컵을 지나치거나, 아니면 너무 약하게 쳐서 공이 홀컵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두 가지 정신이 뒤죽박죽 섞여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계획을 세우는 의식의 세계, 즉 생각하는 정신이고, 다른 하나는 몸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무의식의 세계, 즉 직관적인 정신이다.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몸을 조정하는 정신은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받게 된다.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메시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성실하게 샷을 준비하고 계획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것이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신감있게 때린 스트로크가 두려움과 의혹에 짓눌려 망설이고 긴장하며 때린 스트로크보다 훨씬 낫다! 갑자기 의혹이 생길 수 있다. 그걸 떨쳐 내려 애쓰지 말라.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의혹이 제풀에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라.




결정 장애


이 글은 결정 장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정 장애는 몇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성격을 표현하는 조어이다. 의학적으로 '질병'은 아니기 때문에 '장애'라는 표현 보다는 증후군이 더 적절할 듯하기도 하다.


장애는 심리적, 정신적, 지적, 또는 감각적으로 신체 기능이나 구조에 문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정상적 활동에 제한이 있거나 삶을 살아가는데 불편함을 줘야 한다. 그런 양상이 있을 때 장애라고 한다. 반면 증후군(Syndrome)은 좀 다르다. 어떤 그룹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징후의 조합을 증후군이라고 한다. 특징적 증상의 조합을 칭하는 용어라고 볼 수 있겠다.


일단 여기서는 '결정 장애'라고 칭하는 것이 더 직관적으로 이해가 쉬워보이니 그냥 결정 장애라고 하겠다. 이 글에서처럼 두 가지 선택지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도 문제인데 일반적인 하이 핸디캡 골퍼들은 두 가지가 아니라 더 많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결정장애.jpeg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드라이버 티샷을 할 때 페어웨이가 좁은 경우 이걸 드라이버로 샷을 정상적으로 할지(1), 페어웨이가 좁으니 마음을 비우고 채를 짧게 잡고 간결하게 스윙하여 거리 손해를 봐도 방향성을 얻어야 할지(2), 아니면 드라이버는 위험하니 우드를 잡고 편안하게 스윙을 할지(3), 그러나 우드라고 해도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고려하면 절대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기 장담할 수 없으니 우드도 풀스윙을 하지 말고 채를 짧게 잡고 백스윙은 2/3만 하고 임팩트에 집중하고 짧아진 백스윙으로 인하여 손실될 것으로 예상되는 파워는 가능한 긴 팔로우 스윙으로 보완할지(4),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채운다. 이것 밖에 없을 것 같은가? 실력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부족한 골퍼에게는 유독 더 많은 선택지가 존재한다. 선택지가 2개면 2배로 헷갈리겠지만, 이처럼 4가지라면 4배의 혼란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제대로 샷을 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겠다.



결정 장애를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


골프 만이 아니다. 쇼핑을 할 때도 선택지가 너무 많다보니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전에 로봇 청소기를 살 때에도 정말 너무도 많은 선택지 때문에 머리가 아팠었다. 골프나 쇼핑도 문제지만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경제인으로써 일을 할 때 수많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결정하기는 너무도 어렵다.


회사에서 회의를 정말 많이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뭔가 결정을 하기 위해서 모인다. 결정이 어렵기도 하고 뭔가 자신이 결정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어떤 업무를 처리할 때에도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때 신속 정확하게 결정하는 사람은 회사 내에서 승승 장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정이 느리고 부정확한 사람은 회사 생활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서너명 쯤은 '결정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왜 단호하게 결정하지 못하는가?


단호하게 내 생각을 말하겠다. 불안감, 자신 없음, 준비가 잘 되지 않음, 자기 불신이 원인이다. 몇 가지 나열했지만 결국 불안감이 원인이다. 불안한 것은 자신이 없기 때문이고, 자신이 없는 것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충분한 대비(연습이나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연습이나 공부 같은 방식의 대비를 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건 사람나름일 수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공통되는 이유를 말하자면 연습과 공부가 일단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재미 없는 것은 하기 싫다. 하기 싫은 것을 반복할 때 그 하기 싫은 것을 잘하게 된다. 뭔가 잘 할 수 있게되는 유일한 방식을 그걸 반복하여 연습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그 전에는 그것을 잘 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재미도 없다. 그래서 반복하여 연습하고 공부하기 싫다. 너무 돌아왔는데, 나는 지금 단호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당신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에게 결정하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퍼팅이든 회사 내에서의 어떤 결정이든 말이다. 그 결정을 미루고 고민한 당사자는 당신이다. 그럼 누가 그 책임을 갖는지는 명확하다. 그러면 단호하게 결정하여 실행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위에 밑줄 쳐놓은 것을 다시 보기 바란다. 지름길은 없다. 사람들은 매번 목적지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 길은 사실 지름길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길이고 원래 있었던 길이아닐까? 그 길을 찾는 작업 자체가 지루한 노력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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