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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자유

늘 자유로웠다. 낯설어 하지 말자.

by Eaglecs


양수 속에서 헤엄을 치다가, 결국 어둠속을 뚫고 세상에 나온다. 따스했지만 작은 수조 같은 공간에서. 이렇게 이번 삶이 주어진다. 그때 자유도 따라온다. 자유와 함께 마음가는대로 삶을 산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울타리 안에서. 그때는 자유로운줄 모른다. 공기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그냥 무심하게 숨쉬며 삶을 살듯이.


태생적으로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울타리의 고마움도 거의 모른채 그 곳에서 보호받는 시간을 보낸 후 본격적인 경쟁 사회로 들어간다. 따스했지만 역시 작은 사회 같은 가정이라는 공간으로부터 나와서.


사회도 자유롭다. 그러나 역시, 우리는 자유로운줄 모른다. 경쟁과 속박을 내내 느끼면서 답답함만 가진채 수십년을 보낸다. 이미 자유로웠건만 그 동안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을 잊고 산다. 사회도 자유롭다. 무엇이든 선택할 자유가 있으니까. 그러나, 자유롭지 못했다면, 우리가 자유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사회에서 이탈한 후, 다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자유가 주어진다. 수십 년간 사회 속에서 주어진 자유도 기꺼이 선택하지 못했던 우리는 그곳에서 결국 이탈한 후에 주어진 자유에 그저 낯설어 한다. 당황한다. 주어진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자신이 누리는 것이 자유인줄 모른다. 오랜 세월을 통과해 오면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세상에 올때 함께 딸려온 자유도 느끼지 못했던 우리의 마음 때문이다. 온전한 자유가 주어지고, 분명히 푸른 자유가 보여도, 오랜 시간 동안 자유의 느낌을 인식하지 못한 우리 마음은 미각을 잃은 코로나 환자처럼 자유의 맛이 느껴지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그 맛이 기억 속에는 있다. 반복적인 '자유롭기' 연습을 통하여 자유의 맛을 서서히 떠올려야만 한다. 얇고 부드러운 비닐 랩에 포장된 간장게장은 먹지 않아도 그 맛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느낄 수는 없다. 랩을 혀로 아무리 핥아도 간장게장의 감칠맛은 절대로 느낄 수 없다.


내게 자유는 그렇게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이 세상에 들어올 때부터 주어진 자유는 나를 그리고 우리를 떠난 적이 없다. 그걸 반갑게 맞이하면 될 뿐이다. 랩을 뜯으면 된다.


사실, 아직 낯이 설다. 세상에 처음 태어나서 삶이 주어졌을 때에도 이렇게 낯이 설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이제 다시 태어난 것 같다. 그때도 자유로웠고 지금도 자유롭다. 내가 그걸 모를뿐. 랩을 뜯는 선택은 다시 태어난 내 몫일 뿐이다. 이번엔 꼭 뜯자. 반드시 뜯어라.






퇴직 후 자유를 재 발견할 기회가 주어진지 1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얼떨떨하여 글만 쏟아내고 있지만,

'얼떨떨함'을 완전히 해소해 버리지는 못해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서서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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