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할 수 있다.
최초 작성 2023. 7. 17. 17:23 / 2024. 04. 11 보완
들어가는 글.....
퇴직을 한 지금 나는 이제 물건에만 집중된 미니멀리즘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미니멀리즘이라고 하면 일단 물건의 정리 정돈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게 일견 맞기도 하다. 물건이 정리될 때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게 되고, 더 넓은 공간감과 추가 확보된 시야 덕분에 마음도 편해지고 어떤 표현하기 어려운 여유까지 생긴다.
물건의 정리를 시작했으면 가능하면 머리 속도 정리를 같이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수 없는 다양한 걱정거리로 나는 나의 정신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꽤 오랜 기간 물질적, 정신적인 정리를 해 왔지만 이젠 본격적인 정리가 정말로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 이 글을 통하여 약간 느슨해져 버렸던 마음가짐을 재 정비하려고 한다. 내부의 불안정에 의하여 정신이 어지러웠었는데, 최근에는 외부 영향도 있어서 그로 인해 머리 속이 좀 더 복잡해졌다. 그래서 간단히 말하면 불안 거리 혹은 불필요한 세균 같은 걱정거리를 털어 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러분도 방만 정리하지 말고 마음속도 하나 하나 정리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여러분들께서 물건을 정리하다 과거에 꿍쳐둔 비상금을 찾기 바라며, 동시에 마음속을 정리하다가 그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고귀한 가치를 재 발견하기를 기원한다.
본문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에서 본 것 같은데 Simplicity is the best complexity. 혹은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이라는 말이 있다. 둘 다 비슷한 내용인데,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복잡한 것 혹은 궁극의 세련됨 혹은 섬세함이라는 뜻으로 생각된다. 같은 맥락일지 모르지만, 진정한 진실은 가장 단순하다는 말도 있다. 뭔가 설명이 많고 복잡해지면 진실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 또한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길에 침을 뱉지 말라. 거짓말을 하지 말라. 서로 사랑하라. 예. 아니오. 푸르다. 맞다. 아름답다. 등 등 어떤 것을 표현하거나 내보일 때 복잡한 수사가 필요 없는 것들은 거의 예외 없이 명료한 Fact 혹은 진실을 나타낸다. 그런데 여기에 뭔가 설명이 계속 덧대어지는 순간 진실과 한 발짝씩 멀어지는 것이다.
간소한 삶을 의미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다. 이미 유행이 시작된지 십수년은 지난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실제로는 수 백년 전부터 이런 삶의 태도는 있었다. 미니멀 라이프의 원조격인 책이 있는데 사서 보고도 제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미니멀한 삶을 위하여 보고 중고로 팔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종교인이 지은 책으로만 기억한다. 궁금해져서 다시 검색해서 찾아보니, 샤를 와그너의 ‘단순한 삶’이라는 책이었다. 1895년 출간된 책이다. 아무튼, 그렇게 오래 전부터 미니멀 라이프는 우리 삶 속에 존재해왔다.
인터넷 서점에서 미니멀 라이프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최소한 수십권의 책이 검색된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리라. 수 백년 전부터 이런 삶의 태도가 있었다고 말을 했지만, 실상은 과거의 삶은 그 자체가 여러 면에서 미니멀리즘을 구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명의 발전에서 파생된 다양한 물건, 문화, 환경 변화, 먹을거리, 등 등 우리 삶을 복잡하게 하는 것들이 과거엔 거의 없거나 극 소수였고 그나마 그걸 향유 할 수 있는 사람도 소수였다. 따라서 개인의 의도와 전혀 관계없이 스스로 미니멀한 삶은 작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니멀리즘과 관련된 도서로는 개인적으로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이라는 책을 가장 선호한다. 최소한 5번 이상은 읽었던 것 같다. 필사도 하였고, 줄을 그어가면서 꼼꼼히 읽었다. 이 외에도 몇 권의 미니멀리즘과 관련된 책을 봤는데 이 책이 가장 기억에 남아서, 소중히 책장에 보관해 놓고 가끔 꺼내서 다시 보곤 한다. 이 책에 대하여 이야기 하자면 끝도 없으니 치워 두고 오늘 머리속에 떠오른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일단 모든 면에서 미니멀한 것이 최고라는 단정으로 시작과 동시에 결론을 내고 싶다. 효율의 극치이자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미니멀리즘이다. 물이 흘러내리는 경로는 가장 에너지가 덜 드는 곳이다. 물의 무게로 인하여 물은 중력의 끌림에 이끌려서 물이 헤쳐 나갈 수 있는 가장 약한 부위를 통하여 흘러간다. 물의 힘으로 뚫을 수 없는 장벽을 만나면 그 장벽의 끝까지 물이 차오를 때까지 천천히 물을 모아서 결국 그걸 넘어서서 물을 흘려보낸다. 그렇게 물이 흘려보내질 때 들어가는 에너지는 자유 낙하에너지일 뿐 다른 추가적인 힘이 필요하지 않다.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최적 경로를 최소 에너지를 사용하여 물은 이동한다. 물도 미니멀리즘을 안다.
모든 것들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된다. 컴퓨터의 키보드 자판 배열 또한 양 손가락이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위치를 고려하여 구성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타이핑할 때 힘이 더 들 것이다. 즉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자연스럽지 못하고 복잡한 구성이 되며, 더불어 복잡한 typing process를 요구하게 된다. 자동차의 바퀴는 둥글다. 이건 가장 에너지가 적게 들면서 달릴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런 면에서 미니멀리즘에 근거한 디자인이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보면 미니멀리즘의 진수를 볼 수 있다. 몇 가지 보진 못했지만, Ipad, Imac의 design은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거의 99% 베끼다시피하였다고 보여질 지경이다. 내 눈엔 그냥 거의 똑같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보면 한 마디로 군더더기가 없다. 거기에서 애플의 디자인 책임자였던 조나단 아이브가 영감(copy)을 느낀 것이다. 모든 창조는 모방이라고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조나단 아이브는 무죄이긴 한데, 좀 심하게 날로 먹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은 가장 효율적인 면을 고려하여 만들어졌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가장 효율적인 것이 만들기도 좋고 팔기도 좋고 모양도 좋다. 비 효율 적인 것은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아서 불편한 사용감과 더불어 불편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미니멀하지 못한 것은 그냥 좀 과해 보인다. 그래서 좀 과하다 싶은 것들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 과한 화장, 과한 치장, 과한 장식, 그리고 과한 살? 건강상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통상적인 기준보다 많은 살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는 미안한 표현이다. 먼저 사과한다. 그러나 그 이외의 이유로 과한 살을 보유한 분들은 적어도 그로 인한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과하니까 말이다.
업무 또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 매우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일을 복잡하게 처리하면 일단 힘이 든다. 물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일이든 최소한의 단순화 혹은 process optimization은 가능하다. 단순한 수작업으로 복잡한 수식을 Manual 계산하는 것 보다는 수식을 이용하는 것이 간편하고 효율적이다. 그래서 엑셀의 함수는 미니멀리즘의 정수다. 그런데 그 함수를 구성하는 엑셀 수식을 계산해 주는 프로그램의 내부는 매우 복잡할 것이다. 그런데 드러나는 결과값은 매우 간명하며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함수 서식 또한 간편한 편이다. 매우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어떤 작업을 간단하고 아름다운 함수로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효율을 창출해 낼 수 있고, 이것이 바로 미니멀리즘 그 자체이다.
애플의 기기를 열어보면 정말 예술작품과도 같은 부품의 구성을 볼 수 있다. 자그마한 틈과 여백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조밀함과 촘촘함 그 자체이다. 그러한 복잡성을 통하여 단순함을 극대화시킨 것이 애플의 제품들이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One page summary를 만들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딱 한 장에 모든 복잡한 정수를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다. 천상의 능력을 가진 극 소수의 능력자만이 할 수 있는 비기이다. 아무나 못한다. 그렇다고 내가 그걸 잘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 글을 본 독자님들은 잘 아실거다. 몇 안되는 핵심 내용과 문장을 주장하기 위하여 매번 길게 늘여 쓰는 재주는 미니멀리즘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내가 요약을 잘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아무튼 나는 내 삶을 미니멀하게 만들고 싶다. 내 삶을 이루는 요소는 사실 단순하기 때문에 미니멀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머리와 가슴이 복잡한 것은 끊임없이 내 정신을 가두고 내 가슴을 불안하게 하는 미지의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명확하게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난 늘 답답하고 불안하고 그래서 어딘가에서 서성이곤 한다. 이 책 저 책을 넘나 들면서 새로운 시각에 나를 조율하면서 답답함과 불안함을 잊고자 노력한다. 이 화면 저 화면을 넘나 들면서 역시 내 정신을 산만함 속에 빠뜨려서 내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게 만들곤 한다. 평화와 침묵 그리고 고요한 때가 찾아오면 나는 다시 복잡한 미로속으로 나 스스로를 던져 넣는다. 그리고는 계속 걱정하고 안달하고 불안해한다.
뭔가 크게 얽혀 있는 곳에 온 몸이 묶여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느낌이고, 깊은 수렁에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내 몸을 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답답한 느낌이다. 누구도 나를 그 속에 밀어 넣지 않았고 누구도 나를 묶어 놓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는, 나 스스로의 인식에서 나온 그 무엇이 나를 속박하는 느낌이다.
이것은 중독일 수도 있다. 불안 중독. 두려움 중독. 걱정 중독. 이 모든 중독의 공통점은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도 아니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이다. 그런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에 중독된다는 것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큰 역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내 삶이 너무 복잡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복잡성이 나를 짓 누르면서 내가 단순하게 살 수 있고, 초연하게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좀먹고 있는 것이다. 나의 궁극적 미니멀리즘을 방해하는 것은 바로 내 삶의 복잡성 바로 그것인 것이다. 그 복잡성을 해소하면 나는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골이 빈 사람처럼 살 수는 없지만,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마저 간절하다.
끝
요약과 감상:
제목과 주제에 맞게 미니멀하게 쓰겠다. 정리하자 (물건과 생각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