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다시 가져 취미

by 허은숙

다시 가져오고 싶은 취미는 시낭송이다. 십여 년 전 도서관 문화학교 프로그램이다. 입문할 때 감회가 새롭다. 싱싱했던(?) 당시, 재직 중이고 나름 자존심으로 선두에서 열심히 일하던 시절이었다. 먼저 퇴직한 두 선배들의 권유로 망설임 없이 성큼 들어섰다.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첫 무대는 교육청 산하기관 삼랑진 도서관 개관식이었다. 10월이니 가을이 깊어갈 때 어울리는 시를 선택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낭송했던 기억.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설픈 낭송, 서투른 무대 매너,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진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던가.! 하다가 중간에 잊어 먹을까 봐 외고 또 외고 했다. 온통 가을에 젖어있었다.


시낭송은 타고나는 재능도 있지만 연습과 감각의 누적으로 더 깊어진다는 것. 내 마음이 움직여야 다른 사람마음도 움직이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시를 많이 읽었다. 시낭송은 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의 예술이다. 한 행을 읽기 전, 짧게 숨을 가다듬고 읽으면 목소리가 안정되고 울림이 생긴다. 행과 행사이에 쉼의 여백도 필수다. 감정을 과하게 싣지 않는다. 담백한 감정과 정확한 발음, 음색이 관건이다. 낭독 전에 시에 푹 빠져야 한다. 이미지가 떠오르는 곳, 울림이 스며들게 시의 리듬을 찾는다. 내가 좋아하는 시를, 내 목소리 톤에 맞게, 천천히 낭송하면 세상 모든 시름이 잊어지는 듯하다.


퇴직 후에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여유가 있으니까. 시낭송은 지금까지 놓치지 않은 일 중 하나다. 좋은 강사에게 지도를 받았다. 함께 한 다정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느새 시낭송동아리는 와해되었다. 이제는 지난 일에 연연해하지 않는 나이다. 새로운 낭송동아리에 발을 담그기는 싫다. 기대가 컸기에 열심히 공부한 낭송이었다. 봄에는 봄의 환희를, 여름에는 청록의 세계를, 가을에는 별을 헤면서, 겨울에는 이근배 겨울행을 읽는다. 힘든 세월 잘 견디고 무거운 발길 이끌며 여기까지 잘 살아왔다. 여전히, 외로울 때, 즐거울 때, 힘이 되는 좋은 시를 암송하리라.


바람이 나뭇가지에 남은 잎을 한 잎 두 잎 다 떨쳐버리는 계절이다. 열 살에 아름답던 노을이 마흔이 되어 또다시 아름답다고 한 나태주 시인이다. 사람도 나뭇잎도 바람도 모두들 어디로 흘러가는지. 마음속에 달려있는 마지막 잎새는 무엇일까? 가장 소중한 나 혼자의 사랑이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이제는 지난했던 삶 다 풀어놓고 잃어버렸던 시간을 다시 찾아 숙제 같은 인생길 축제처럼 살자. 좋은 시를 외고, 시속의 그림을 그리면서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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