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뜰
잠결에 무슨 소리가 들린다. 바람에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아니다.
혹시, 빗소리. 가을 빗소리......
유년시절부터 초저녁 잠이 많은 탓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이다. 어제 지난 석 달을 휴장 한 수영장에 가서 무리를 했는지 아홉 시 안되어 잠이 들고, 아직도 허리가 아프다.
현관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걸어 나오니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우리 식물들이 얼마나 좋을까!. 천지사방에 빗소리가 가득하다.
맞다! 이해인 님의 시구가 떠오른다.
"어딘가에 숨어 있던 행복이 가만히 웃음소리를 낸다."
추석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가을 냄새가 난다. 여름의 무더위와 싱싱했던 초록이, 무성한 나뭇잎들, 초록천지였던 산이며, 나무며, 거리풍경도 이제는 다소 성글어져 훤하게 보인다. 이것이 바로 가을의 여유로움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가을비와 함께 그 간 잊고 살았던 사람들이 새롭게 떠오른다. 새삼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가을은 오랫동안 잊었던 그리운 이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비 내리는 이 가을의 선선함. 어딘가 숨어 있던 행복이 고개를 내미는 새벽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가을이 성큼 다가오리라. 우리 집 뜨락에도 낙엽이 뒹굴 것이다.
다가오는 여유로움으로 잊었던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그 간 서로 연락을 못했어도 섭섭해하지 말자. 어딘지 모르는 곳에 꽃처럼 웃고 있는 너, 너 거기서 잘 있거라.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나도 여기 잘 있단다. 이 가을 우리 모두 더욱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이 되자. 가을의 선선함과 그 여유로움을 마음을 그윽하게 지니고 싶은 날이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님의 가을시 가슴에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