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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수 Jun 16. 2024

"내가 사장이라면?"

알바 마인드 버리고 일하기


옛날에는 잡다하고 귀찮기만 한 허드렛일이 그렇게 하기 싫었다. 친절하게 손님을 응대하는 방법이나 사업 내부 구조와 시스템을 이해하는 위주의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들을 배우기도 바빴다. 당장의 화장실 청소, 창고 정리, 재료 준비 같은 허드렛일을 굳이 내가 해야 하나 싶었다. (당시의 판단으로) 청소 같은 중요도가 낮은 쓰이는 내 노동 비용이 경제적이지 못하다고 느꼈다. 경험하고 싶은 것들만 경험하고,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다른 직원들이 했으면 하는 안일한 심보가 있었다.



위와 같은 마인드를 가졌으면서도 나는 나중에 사장이나 대표가 되고 싶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저런 안일한 마인드를 가지는 단계적 시기가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성장하는 데 있어서 퀀텀점프의 개념이 어디 있겠나. 미숙한 모습, 어리숙한 모습, 미련한 모습 모두 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이다.



한때 내가 허드렛일이라고 판단했던 일들도 사실 중요한 일이었다. 이는 내가 일을 하면서 "내가 사장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허드렛일이라고 할 것 없이 모두 가치 있는 일들이었다.



청소도 여러 가게에서 하다 보면 각 가게마다 하는 방법이 다르다. 이 가게는 이런 제품과 기구로, 저 가게는 저런 제품과 기구로 각기 다른 방법으로 청소를 한다. 그렇게 청소를 하다 보면 비교적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나중에 가게를 차리면 이런 방법으로 청소를 해야겠다."



창고 정리도 진짜 더럽고 귀찮기만 하다. 나의 성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업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 때, "내가 사장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직원의 정체성을 가졌을 때 이것을 단순히 귀찮을 일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내가 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누군가가 대신했을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장의 관점에서는 이것을 하기 싫은 일로 쉽게 여기지 못한다. 누군가 하지 않으면 결국 내가 해야 되기 때문이다. 알바나 직원일 때는 책임을 떠넘길 수 있지만, 사장일 때는 떠넘길 수 있는 책임이 없다. 떠넘겨지는 책임은 모두 사장의 몫이다. 내가 사장이 되고 싶은 사람이면, 이런 생각을 경험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일을 직원의 신분일 때 미리 경험해 두면 나중에 사장의 신분이 되어서는 더 쉽게 일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사장이 되어서도 해결해야 될 일이라면 그것을 미리 경험해 두면 나중에 더 노련한 사장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재료 준비를 위한 반복 노동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음식을 100개 가까이 되는 용기에 소분하는 일이라 가정해 보자. 단편적으로 보면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잡일이다. 기껏해야 팔 운동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내가 사장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면 시선이 달라진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이  일이 평생 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귀찮더라도 그냥 오늘 하고 치우면 될 단순한 업무 따위로 여기게 된다. 하지만 사장의 입장에서는 그 일이 평생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게를 폐업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떻게 해야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을까?" 다양한 방법으로 일을 시도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꾀하게 된다. '최적화'를 원한다.



청소, 창고 정리, 반복 노동 같은 허드렛일도 열심히 하게 만드는 마인드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 해결을 통한 레벨업'



사장이라면 사업에 성공하고 싶어 한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사장으로서, 사업가로서의 레벨이 높아야 한다. 높은 능력치로, 계속해서 닥쳐오는 문제를 잘 해결하고 싶어 한다. 그래야 성공하니까. 레벨업을 많이 하는 사람이 결국 승리하는 게임이다. 청소도 문제, 창고 정리도 문제, 반복 노동도 문제, 직원을 구하는 것도 문제, 손님이 없는 것도 문제, 홍보도 문제, 서비스도 문제, 모든 것이 문제다. 많은 문제 해결 경험으로 사장 캐릭터의 레벨을 높게 올려둔 사람이 고난도의 문제를 직면했을 때 도전할 수 있다. 쪼렙으로는 성공을 좌우하는 고난도 문제에 비비지도 못한다.



인생의 지혜는 결국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에서 온다. 아무리 귀찮고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허투루 다루어선 안 된다. 그 사소한 모든 것들이 모여 나의 성장에 거름이 된다. 하기 싫은 일들을 하기 위한 합리화에 불과한 말들이 아니다. 내가 하기 귀찮으면 남도 하기 귀찮다. 사람들이 하기 귀찮아하는 일도 결국 위임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이 귀찮을 일을 내가 먼저 경험하고 더 수월히 하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면 위임하기도 어렵다.



어떤 사람은 "나는 사장의 마인드를 안 가지고 있었을 때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을 했다."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축하한다. 당신은 선천적으로 지능도 높고 사장의 자질이 타고난 사람이다.



얼마 전부터, 곧 내가 매니저로 갈 오픈 준비 중인 신사동의 프랜차이즈 매장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을 구인하고 있다. '성장형 캐릭터'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는 바람이 있다. 나도 성장형 캐릭터이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성장형 캐릭터들의 욕망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비슷한 신념의 사람들이 한 집단에 모이면, 그 집단의 성장 속도는 엄청나다. 나는 미래의 그들에게 이 글을 꼭 보여줄 것이다. 나도 스스로 성장형 캐릭터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일을 하면서 어리석고 안일한 마인드를 가졌었던 적이 있다. 그러니 일하는 도중에 생기는 심리적 오류들을 공감해 줄 수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성장형 캐릭터이길 원하면서 나중에 사장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다니는 회사나 매장에서 대표나 사장이 위임하는 일을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자. 본인도 나중에 사장이 되면 똑같은 일을 똑같이 위임해야 한다. (1)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지, (2) 내가 사장이라면 위임받았을 때 불쾌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 잘 위임할 것인지 생각해 보며 일을 해보자. 이전에 느꼈던 싫증과 귀차니즘은 심리적인 오류에 불과하며, 모두 나의 성장에 거름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일들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덤탱이라도 소중히 다루자. 이를 해결함으로써 꾸준히 레벨업을 시켜 놓는다면, 당신은 결국 미래에 레벨이 높은 노련한 사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3. 0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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