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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타박 Jun 16. 2024

아빠의 서투른 미소

가족 생각


아빠가 이렇게 예쁘게 웃을 줄 아시는지 몰랐다. 어쩌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좋은 추억을 남길 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아빠도 아시는 걸까. 처음으로 내 카메라를 보고 서투른 미소를 지으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얼 위해 이 많은 욕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내 삶의 최종적인 목표에는 '가족들과 여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있다.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면서도, '여유롭게'라는 조건 때문에 당장은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지.


단기적으로 봤을 땐 내가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내 연봉이 부모님의 연봉을 뛰어넘을 리 없다. 내가 당장 신경 쓸 조건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 부모님은 내가 그 조건을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는 바람을 가지고 계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목소리 자주 듣고, 얼굴 자주 보고, 같이 한 상에서 웃으며 식사 같이 하는 게 부모님의 큰 바람이겠지.



그렇다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자주 전화 걸어드리고, 시간 날 때 자주 뵈러 가고, 함께 있을 때 최대한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멋진 배우자를 만나는 것도, 지식을 많이 쌓는 것도 다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내가 이 많은 것들을 욕심내는 이유의 근간에는 가족이 있다. 미래의 여유로운 행복을 위해 당장을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미래에는 얻을 수 없는 당장의 순간도 있음을 잊지 말자.



아빠가 처음으로 내 카메라를 보고 서투른 미소를 지으신다. 아빠도 이제는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추억으로 남기는 것에 거부감이 없으신 것이다. 어쩌면 함께 사진을 찍는 순간을 기다리셨을까.



근데 아빠 얼굴엔 언제 이렇게 주름이 많이 생긴 거야. 눈물 날 것 같다.



(2023.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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