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수 Jun 18. 2024

당신이 그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

투사에 대해


우리가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추론해 볼 수 있다.




1. 개인 취향

2. 본능

3. 투사




1번과 2번은 어렵지 않다. 사람은 개인 취향이 있으므로 특정한 부류의 사람을 싫어할 수 있다. 그리고 (이성에 한해서) 본능적으로 싫어할 수 있다. 우리의 본능은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결혼하라는 명령을 지속적으로 내린다. 그래서 열등해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온다면 본능적으로 혐오하거나 꺼리게 된다. 이건 진화의 결과다.




중요한 것은 투사다.




이런 경우가 있다. 내가 누군가를 싫어한다. 누가 자신에게 그 사람을 왜 싫어하냐 물으면, "그냥"이라고 답한다. 이유가 없이 그냥 싫은 느낌이다. 하지만 당연히 이유 없는 싫음은 없다. 모든 마음에는 원인이 있다. 그리고 투사의 개념이, 그런 '그냥 싫음'을 해석해 줄 때가 있다.




투사란 내가 느끼는 생각이나 감정, 욕구 따위를 남에게 투영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열등감은 내가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어."라고 질책하는 경우를 투사의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투사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내 자아에 상처가 나는 걸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각자 내면에 몰래 가지고 있는 욕심 혹은 욕망이 있다. 그런 욕심과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님에도 내심 민망하고 부끄럽다. 때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으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 우리는 남에게 나의 심리를 투사함으로써 자아를 보호하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ex1. 명품 쇼핑

나는 명품 가방을 가지고 싶다. 하지만 실제로는 돈이 없다. 나는 이 욕구를 부정하고 무시함으로써 최대한 나의 현실을 위로한다. 근데 마침 친구가 명품을 샀다고 자랑을 한다. 나는 친구가 허영심에 눈이 멀어 명품을 샀고, 결국 나중에는 후회를 할 거라며 질책을 한다.




이를 투사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이렇다. 나의 무의식 속에는 명품을 가지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에 '박탈감'이 자극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심리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명품 쇼핑을 한 친구에게 나의 심리를 투영하고 질책한다. 물욕을 향하여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나라는 사람은 물욕을 부정하는 사람이라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그것으로 자신이 물욕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심리적으로 상쇄시킨다.




ex2. 야한 패션

나는 나름 섹시한 여성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나 여러 시선을 염두에 두고 보면 이러한 충동은 부정스럽게 여겨진다. 이 마음을 부정하고 싶었던 나는 길을 지나가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을 보고 극도의 분노를 한다. "저 여자 노출이 너무 심한데? 저렇게까지 살고 싶을까?"




이 또한 투사의 관점에서 보면 여성은 자신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섹시함을 어필하고 싶은 욕구'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욕구를 실제로 표출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심리를 투사하고 분노까지 함으로써 그 욕구를 가진 것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는 것. 내 자아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상대를 향한 나의 미워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투사



처음에는 이유 없이 상대를 싫어한다 착각할 수 있다. 나의 투사를 두고, "아니 나는 원래 저런 사람 싫어하는 취향이야.", "그냥 본능적으로 꺼리게 돼."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웬만해선 그렇지 않다. 투사일 확률이 높은 경우가 많다. 내 욕망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 다른 이에게서 그 욕망이 드러나는 순간에 상대를 질책함으로써 스스로 죄책감을 덜 느끼도록 하는 심리일 확률이 높다. 꼭 손버릇 나쁜 애들이 다른 손버릇 나쁜 사람을 보면 더 크게 질책하고 혐오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내가 유난히 쟤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당연히 손버릇 나쁜 애는 밉상이지~!"




투사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나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방어기제는 스스로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일종의 마음의 방어막이다. 사람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다. 다만, 잘 활용해야 한다. 이 기능이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관찰하고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진솔한 모습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그리고 세상을 왜곡 없이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다.




처음에는 나의 진솔한 모습이 민망하고 부끄러울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에게도 비슷한 모습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나도 사람이고 남도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긍정적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고, 어쩌면 이미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마주하는 시간이 비교적으로 덜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나의 솔직한 내면과 진솔하게 마주하는 시간을 통해 나에 대한 올바른 자각과 해석을 하고, 필요하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수용한다면 더불어 타인까지 잘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도 사람이고 상대도 사람이니까.





*Tip)

<내가 느끼는 감정이 투사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포인트>




1. 내가 누군가의 '무엇'을 유독 싫어함

2. 그 '무엇'이 나와도 연관이 있음




ex)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누군가(A)를 싫어함. 근데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A를 유독 더 싫어함. 알고 보면 나도 그 '무엇'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부분이 자극되어 투사를 함.




그리고




3. 그것이 반복되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개인적인 본능에 따라 누군가를 싫어한다면 그 '싫어하는 포인트'가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투사의 경우에는 싫어하는 포인트가 비슷비슷하다. 싫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 비슷한 케이스로 반복된다. 그것을 잘 관찰하여야 한다.



(2024. 06. 08)

작가의 이전글 좋아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