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타박 Jun 11. 2024

노벨 꿈학상을 받는 그 날까지

꿈을 계획하다


꿈을 안 꾸고 자보는 게 내 소원이다. 나는 단 5분만 졸아도 반나절 가량의 꿈을 꾼다. 꿈을 안 꾸고 잤던 것이 7~8년은 족히 넘은 것 같다. 



꿈을 매일 꾼다는 것은 내가 온전한 수면 상태에 이르지 못한다는 의미다. 나는 늦은 새벽에 공부가 잘 돼도 자정 전후에 성장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질 좋은 수면을 위해 일찍 자려고 노력한다. 이런 나에게 매일 꿈을 꾼다는 것은 긍정적이지 않다.



꿈을 꾸게 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잠자리 환경이 밝거나 소음이 있으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해 꿈을 꾼다. 또 평소에 잡생각이 많으면 무의식 속에서 생각이 반영되어 꿈을 꾼다.



나는 잠을 잘 때마다 꿈을 꾸니까 "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잠자리 환경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주변을 어둡게 하고, 소음을 차단했다. 수면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세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김없이 꿈을 꾸었다. 그래서 꿈을 많이 꾸는 게 잠자리 환경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에 잡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멍 때리는 것도 못할 정도로 생각이 많았다. 그 넘치는 생각들이 꿈속에 반영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꿈을 많이 꾸다 보니 신기한 일도 많이 경험했다. 해석할 수 없는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꿈도 많이 꾸었지만, 현실이 반영된 꿈도 많이 꾸었다. 현실이 반영된 꿈은 내 일상생활이 주된 내용이었다. 제2의 하루를 더 사는 기분이었다. 내가 공부하는 것, 운동하는 것, 친구 만나는 것, 심지어 가상의 연애까지도.



너무 현실적인 꿈이 실감 나서 신기했냐고? 아니다. 신기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꾸고 싶은 꿈을 꿀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꿈은 나의 의식적인 사고와 무의식적인 사고의 결과다. 그래서 잠에 들기 전에 무언가를 꾸준히 생각하면, 그것이 꿈에 반영될 수 있었다. 실제로 대략 10번 중 7번은 반영됐다.



한 번은 너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현실에서는 다가가기 힘들었기 때문에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잠에 들기 직전에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떠올렸다.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그리곤 잠에 들었다. 정말로 그 사람이 꿈속에 나왔다. 그 사람은 여성분이다. 내가 좋아했다. 꿈속에서 하고 싶었던 걸 그 사람과 다 했다. 꿈의 시나리오를 조작할 수는 없었지만, 잠들기 전에 떠올린 시나리오로 꿈을 꿀 수 있었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소름이 끼쳤다. (사실 행복했다.) 꿈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내가 짜고 내가 경험한 것이다. 그 후로 내가 알고 싶은 것, 경험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꿈에서 해소하곤 했다. 까먹었던 휴대폰 잠금 패턴도 꿈을 통해 알아냈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꿈을 통해 만났다. 



물론, 꿈이 내가 원하는 대로 구성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잠에 들기 전 내가 꿈꾸고 싶은 걸 더더욱 끈질기게 생각했다. 원하는 꿈을 꾸고 나서도 쉽게 까먹기도 한다. 우리는 보통 꿈을 쉽게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좋았던 꿈이 기억이 안 나서 끙끙대기도 한다.


우리는 앞으로
 기억해야 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꿈을 꾸게 될 것이다. 그런 꿈을 잊지 않으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면 꿈을 기억해 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안 해본 사람은 모르겠지만, 해본 사람은 안다. 꿈을 다시 기억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하지만 조금만 훈련이 익숙해지면 꿈이 기억에 잘 남는다.



꿈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알고 싶은 것을 알아내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나는 오늘도 이번 주 로또 번호를 생각하며 잠에 든다.



이게 성공한다면 나는 노벨 꿈학상 같은 거 받을 수 있을까?



(2022. 08. 05)

작가의 이전글 선한 전화 한 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