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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행복 가짜 행복

by 호수

친구보다 가족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유흥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물질에서 얻는 가짜 만족보다 고차원적인 것으로부터 얻는 진짜 만족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안다.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 친구와 더 시간을 많이 보내고 몸에 해로운 행동을 하고 돈을 우선 좇는다.



어찌 보면 현명한 선택을 못하는 게 자연스럽다. 경험하기 전부터 그 통찰을 어떻게 이해할까. 머리로 이해는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길 만큼 와닿긴 어렵다. 사람들이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술을 자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건 아니니까.



우리는 그저 '현재'에서 끌리는 무언가가 중요할 뿐이다. 그걸 좇는 게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하지만 건강을 염려해 억지로 금주하는 사람과, 술을 좋아해서 매일 술을 조금씩 즐기는 사람. 전자가 현명해 보이지만 과연 '진짜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가 깨달은 대로라면 절제하는 그이가 진짜 행복을 누리고 있다 인정해야 마땅하다. 행복의 본질을 지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감기에 걸려 앓아누울 땐 건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지만 몸이 멀쩡한 지금은.. 평소에 그 소중함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사는가?



‘그렇다’고 답해야 지혜로운 대답 같지만 실제로는 그 정도로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답하기 민망한 기분이 들지는 않은가. 도대체.. 그 대답이 망설여지는 이유가 뭘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걸 진짜 행복이라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뭘까. 그리고 심하게 아프기 전까지는 이 건강한 몸이 그토록 간절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까지..



그렇다면 도대체

진짜 행복은.. 도대체 뭘까.

그 힌트는 '현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이치다. 우리는 현재의 감각을 가장 예민하게 느낀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 여겨 마땅하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리 끌리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래를 희생하더라도 현재의 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짜 행복이라고 한들 당장은 행복하다.



가짜 행복 또한 행복의 종류임을 반박하긴 어렵다. 자기가 행복하다는데 남이 어떻게 나무랄 수 있을까. 극단적이지만 살인자가 살인을 하고 "나는 행복해"라고 말해도 나는 반박하지 못할 것 같다. 자기가 그렇다는데 남이 어떻게 판단할까. 누군가는 그를 보고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하고 누리고 싶은 걸 누리지 못해 불행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그 주장이 맞을까? 살인자의 편을 드는 건 아니지만 진짜 내 머릿속에 드는 위험하면서도 솔직한 생각은..


'그건 네 생각이고.'



본인이 좋으면 좋은 거다. 미래의 행복을 희생하는 '현재의 행복'이든, 현재를 희생하더라도 미래의 행복을 떠올리며 현재에 위안을 느끼는 '현재의 행복'이든 정답은 없다. 기준은 상대적이기 마련이다. 내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런 것이다.



내 철학은 오래전부터 상대적이었고 점점 극단적으로 수렴되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의 내 생각은 이러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생각의 변화가 생긴다면 이 글을 필두로 기록을 업데이트 해야겠다.



(202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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