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먹으려는 태도

by 호수

사랑으로 먼저 베푸는 사람이 그토록 위대해 보인다.



신경전이 오가 마땅한 상황에서 먼저 사랑을 베풀고 호의로운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아, 과연 나는 저렇게 대처할 수 있을까?”



나였다면 예민한 신경을 곤두세우고 상대와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을 게 뻔하다. 먼저 사랑을 베풀고 호의로운 손을 내미는 모습이 초래한 결과는 당연 반전, 예상치 못한 호의에 더욱 감동받기 마련이다. 나를 적이라 생각한 상대의 마음은 금세 녹아내린다. 자아를 내려놓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지만 그거 한번 큰마음 먹고 내려놓는 순간 모든 게 아름답게 흘러간다.



반성하고 싶다. 나는 이겨먹으려는 태도에 익숙하다. 사랑으로 먼저 베푸는 건 내 방식과 정반대다. 사랑을 받아 마땅한 사람에게는 사랑을 주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겐 냉정하고 차갑다. 만약 그런 상대가 나에게 반기라도 들면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샘솟는다. (나는 지배욕이 높은 편이다.)



자비롭지 못한 것 같다. 그거 조금 자비롭게 해준다고 내가 큰 손실을 입는 게 있을까? 나는 자아가 너무 세다. 누군가 덤벼들면 방패와 칼부터 꺼내들고 본다. 먼저 사랑으로 베푼다는 건 그런 식의 태도가 아니다. 방패 칼 모두 내려놓고 어쩌면 갑옷까지 벗은 채로 그들 앞에서 자비로운 미소를 짓는 태도다.



그런 태도를 연습해보자. 며칠 전에도 여자친구와 다투면서 자비 없이 이겨먹으려 했다. 정말.. 최악이다. 오늘도 친구랑 오해가 생겨 말싸움을 할 뻔했는데 기운이 없어서 이례적으로 먼저 미안하다고 해봤다. 상대는 싸울 마음으로 무장하고 왔는데 내가 백기를 드니 굉장히 무안해하는 듯 보였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전이 생기니 상대도 금세 흐물해지더라.



그거 몇 번 이겨먹지 않는다고 크게 잃을 거 없다는 걸 명심하자. 지는 것이 이기는 인간관계법이다.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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