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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17

의식 자아 vs 무의식 자아

by 호수

꿈이 너무 신기하다. 아무리 무의식의 언어라지만 이토록 신비로울 수가. 남들은 꿈을 얼마나 꾸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단 10분만 졸아도 반나절 가량의 꿈을 꾼다. 꿈의 유형도 다양하다. 현실과 구분이 어려운 생생한 꿈부터, 무의식의 파편이 뒤섞인 공상적인 꿈까지. 가장 신기했던 건 꿈을 통해 의식의 자아와 무의식의 자아가 분리되어 있음을 실감했을 때였다.



의식과 무의식은 모두 하나의 영혼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형태는 마치 각자의 영역이라도 존재하듯 약간의 거리를 갖는다. 그리고 사람마다 자기인식 수준에 따라 이 간극 차이가 다르다. 보통의 경우에는 의식과 무의식의 거리가 멀다. 무의식을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의미다. 생각이 떠오르고 감정이 피어나는 구역에 존재하는 의식의 영혼이 무의식의 구역까지 쉽게 넘나들지 못한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면 애당초 무의식이라는 개념조차 필요 없었겠지만.



의식은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낀다. 우리는 그것을 자각한다. 무의식도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낀다. 정확하게는, 생각을 저장하고 감정을 축적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쉽게 자각하지 못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간극 때문이며, 그로 인해 의식과 무의식의 언어가 다르게 작동한다. 무의식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즉 꿈을 우리 스스로 해석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언어뿐만 아니라 성격 또한 다르지 않을까?



가끔 똑같은 꿈이 들어온다. 토씨 하나 틀림없이 그대로 재생된다. 처음에는 기억도 못 했던 꿈을 두 번째, 세 번째 반복하면서 비로소 자각한다. 의식의 자아는 사사로이 여긴 내용을 무의식의 자아는 몇 번이나 (그것도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말이다. 의식이 중요하게 여기는 생각과 무의식이 중요하게 여기는 생각이 다르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다.



나는 의식과 무의식의 합일을 지향해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그 초입에도 서지 못한 기분이다.



눈을 떠 있을 때 말을 거는 자아는 누구이며, 눈을 감고 있을 때 말을 거는 자아는 누구인가. 모두 나일 테지만, 마치 내가 두 명의 내가 존재하는 기분이다. 무의식은 도대체 내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가. 나는 어떡하면 그 메시지를 알아차리고 이해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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