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스위치를 완전히 꺼버려
3일 내내 누워 있어도 아무 일 없구나
목요일 밤에 갑작스럽게 감기몸살 증세가 심해지면서, 금요일에 병가를 내고 수액 주사를 맞기 위해 잠시 동네 병원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금토일 3일 내내 오롯이 내 방에 누워만 있었다.
그 3일동안 매일 하던 퇴근 후의 5km 달리기도 하지 못했고, 금요일 저녁의 동네 친구들과의 저녁 모임도, 오랜 시간 벼러온 와이프와의 축구장 데이트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저 약기운에 취해 신생아마냥 먹고, 자고, TV 보고를 반복할 뿐이었다.
또 금요일 저녁 무렵부터는 오랜만의 완전한 휴식이 익숙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3일을 오롯이 누워만 있으면 내 삶에 뭔가 큰일이 날 것만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움직이지 않고 먹기만 하는 몸엔 금세 뒤룩뒤룩 살이 붙을 것만 같았고, 일주일동안 쌓인 베란다의 빨래들과 재활용 수거함의 쓰레기들이 당장이라도 집안 곳곳에 악취를 풍기며 썩어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3일동안 내가 잠에 취해 비몽사몽하는 사이, 내 주변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쌓여 있던 집안일은 부지런한 아내가 진즉에 다 해치워 버렸고, 3일 내내 누워서 먹기만 한 몸 역시 유의미한 몸무게 증가를 기록하진 않았다.
잠시라도 멈추면 큰일날 것 같았던 일상이라는 톱니바퀴가 3일이라는 나의 공백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일수록 매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참으로 힘들어 한다.
'습관이 곧 내가 된다.'라는 말처럼 지금 당장엔 몸이 편하더라도 귀찮아서 한두번씩 미루고 빼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 먼 미래의 나를 부족하고 약한 존재로 만들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금세 부러지는 법. 팽팽하게 당겨진 일상의 반복 속에 결국 감기몸살이라는 극단적인 신호로 휴식을 청해온 몸의 절규를 듣고 있으니, 무조건 꾹 참고 꾸준하게 무언가를 견뎌내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 얘기지만, 무언가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제대로 쉬는 법 역시 알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3일 만에 우리가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듯이, 3일을 아무 것도 안한다고 해서 우리가 곧바로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분이 계시다면 적어도 3일쯤은 아무 생각 없이 쉬어보시길.
확신하건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ING 웹드라마 <백수세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