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차를 두고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이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법
나는 수도권의 한 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
걸리는 시간은 자동차로는 보통 50분에서 1시간정도,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10분에서 1시간 20분정도다.
서울에 있는 이곳으로 직장을 옮긴 게 작년 1월이니, 왕복 2시간이 훌쩍 넘는 이 지옥 같은 출퇴근을 하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년 4개월이 지났다.
발령 초기에는 출퇴근 시 주로 자동차를 이용했다. 매일 아침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 다리도 아플 뿐더러,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몸을 부대껴야 하는 것도 꽤나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동차로 출퇴근 하는 게 못견딜 정도로 힘겹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히는 교통 체증도 한몫하긴 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동안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답답함이 나를 너무나도 힘들게 했기 때문이었다.
운전을 하는 두 시간동안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양손은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해서 당연히 쓸 수가 없고, 갑작스레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과도한 집중력을 요하는 행동들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차 안에 있을 때는 그저 라디오 뉴스를 듣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는 게 다였다.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을 했던 지난 몇 달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하루에 2시간씩 꼬박꼬박, 도합 수백 시간에 달하는 시간들을 꽉 막힌 도로 위에서 허무하게 소비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반드시 지하철을 타고 다니려 노력하고 있다.
대신 지하철을 타는 동안 유튜브를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하진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이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쓰는데 투자하고, 글 쓰는 게 너무 힘든 날이면 집에서 가져온 종이책을 읽는다.
실제로 지하철에서 만든 짜투리 시간 덕분인지 요즘 근무시간 외에 내게 주어진 시간이 조금은 늘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
전에는 퇴근 후 집에 와서 저녁까지 먹고 난 이후에 내 '진짜 하루'가 시작 되었다면, 요즘은 지하철역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내 '진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직장을 옮기거나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내게 주어진 이 살인적인 출퇴근 거리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마냥 자포자기하고 있기보다는, 이렇게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발버둥이라도 쳐 보는 것이 내 인생에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만약 살인적인 출퇴근 거리에 고통 받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자포자기 하고 현실을 탓하시기 전에 지하철에서의 그 시간들을 생산적으로 보낼 방법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비록 힘들지만 지하철에서 보내는 그 시간들이 여러분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가져다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