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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난 기스를 본 아내의 반응

여유 있는 사람들의 특징

by 옹기종기

오늘 아침 청소를 하는데 문득 TV에 난 조그만 기스 하나가 눈에 띄었다.


잘못 봤나 싶어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TV 아래쪽 베젤 부분에 1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기스가 나 있었다.


언뜻 보면 보이지 않는 작은 기스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려 했지만 한번 눈에 들어오니 청소하는 내내 나도 모르게 자꾸 시선이 TV 쪽으로만 향했다.


왜 저걸 미리 발견하지 못했을까라는 후회와 자책의 감정이 마음 속에서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


그때 옆에서 같이 청소를 하고 있던 아내가 내 얼굴에 비친 불편한 기색을 느꼈는지 넌지시 내게 이렇게 물었다.


"왜 그래. 뭐 속상한 일 있어?"​


"아니 저 TV 아래 쪽에 기스가 나 있길래."​


아내는 내 대답을 듣고 TV 쪽으로 가더니 요리조리 TV를 살펴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젤 쪽에 난 기스를 발견하고는 웃는 얼굴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에이 별로 크지도 않네. 잘됐다. 앞으로 TV 잃어버리면 이거 보고 우리 TV인줄 알면 되겠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내와 나는 많은 부분이 닮았지만 스트레스 거리를 마주쳤을 때 그것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내가 한없이 후회하고 끊임없이 생각을 되새김질하는 편이라면, 아내는 그냥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금세 그 스트레스 상황을 잊어버리는 편이다.


오늘 같은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내가 먼저 투덜대면서 아내에게 불평불만을 이야기하면, 아내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다음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내 스트레스의 무게를 확 가볍게 해준다.


작은 실수나 손해에도 한없이 불행해 하고 불안해 하는 내 입장에선 매사에 여유가 있는 아내의 성격이 참으로 부럽고 또 한편으론 고마울 뿐이다.


오늘도 아내 덕분에 아침부터 불쾌할 뻔한 상황을 현명하게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여전히 TV를 볼 때마다 그 작은 기스가 예민한 내 눈에 종종 띄겠지만, 아내의 평안한 마음가짐을 본받아 작은 불행이 내 감정 전체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한 최한 노력해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혼술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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