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옹기종기 Apr 24. 2023

목소리가 커진다면, 모른다는 뜻입니다

동료와의 업무 갈등을 최대한 피하는 방법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누군가가 내게 버럭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구청에서 과서무로 일하던 시절, 자료 요청을 한 타 부서의 담당자와 자료 작성과 관련해 약간의 마찰을 빚은 적이 있었다.


 마찰의 이유는 간단했다. 그 담당자가 뿌린 작성 양식에 명확한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명확한 자료 작성을 위해 담당자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과 서무 □□□이라고 하는데요. 혹시 ××××건 작성 관련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그런데 내 전화를 받은 담당자가 한숨을 푹 쉬더니 나를 완전히 무시하는 말투로 다짜고짜 내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아 거기 양식에 작성법 다 있잖아요. 읽어 보긴 하고 전화한 거예요?"​


 짜증섞인 말투와 은근한 반말, 그리고 '한숨'까지. 도저히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반응이었다.


 순간 기분이 확 상한 나는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근차근 해당 양식의 오류에 대해서만 설명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내 반복되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담당자는 계속해서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화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대화가 길어지자 나중엔 그는 내게 거의 소리까지 질러댔다.


 당시 더이상 대화가 되지 않된다고 판단했던 나는 그냥 빠르게 전화를 끊고 오류가 있는 채로 그 담당자에게 내던지듯 자료를 제출해버렸다.​


 나는 당시 그 사람의 행동이 정말 단 1%도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나한테 원한이 있던 사람도 아니고, 내 지적이 틀렸던 것도 아니고, 내 말투가 기분 나빴던 것도 아니고 대체 그 사람은 나한테 왜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나왔던 걸까.


 그런데 몇 년의 직장생활 경험이 축적되고, 아내와 동기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워 듣다보니 이제야 그 사람이 내게 왜 그렇게 나왔는지를 알 것 같다.


 단지 그 사람은 당시 내가 언급한 내용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해당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깜냥'마저도 없었던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생각보다 직장에는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치명적 실수는 물론이고 별 대수롭지 않은 실수에도 절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마치 자기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밑천이 고스란히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들이 왜 그렇게 나오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이제는 그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될지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대충 이야기를 해보다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자꾸 핵심에서 벗어난 말을 하면, 그 사람은 내가 하는 말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냥 최대한 빨리 이야기를 마치고 그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러면 정말 인성이 바닥인 사람이 아닌 이상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깨닫고 다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기 위해 내게 연락을 준다.


 그럼 그때 천천히 그 사람의 말을 따라 올바른 처리 방법으로 업무를 처리하기만 하면 된다.


 굳이 자신이 모르는 걸 들킬까 두려워 잔뜩 웅크린 채 가시를 바짝 세우고 있는 사람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이게 내가 몇 년간의 직장생활로 익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가장 좋은 대처법'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직장생활을 잘한다는 것모든 걸 잘처리하고, 올바르게 처리하고, 빈틈없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하거나 잘못된 것을 대면했을 때 그것을 갈등 없이 해결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이상한 동료들과의 마찰이 잦은 분들이라면 오늘 내가 소개한 이 방법을 따라해보시길.


 의외로 오랜 시간 반복되던 갈등이 쉽게 해소될지도 모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매거진의 이전글 동사무소 민원대에서 5급 사무관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