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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25. 2023

춘천시 공무원들이 나무를 심는 이유

뭐가 문제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지난주 전국민에게 헛웃음을 짓게 한 지자체의 행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춘천시의 '새내기 공무원 시보 해제 기념 나무심기 행사.'​


 6개월간의 시보 기간을 마친 새내기 공무원들이 춘천시청 청사 앞 정원에 자신의 표찰을 붙인 나무를 직접 심고, 이를 통해 춘천시 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기르게 한다는 것이 해당 행사의 주된 취지였다.


 실제로 춘천시에서 공개한 행사 사진을 보면, 신규 공무원으로 보이는 몇몇 직원들이 출근 복장을 입은 채 직접 삽을 들고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춘천시 담당자는 해당 행사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최근 공무원의 퇴사 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가 있는 행사를 통해 새내기 공무원의 업무 적응을 높이고 공무원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행사에 대한 보도자료가 나가자마자 각종 언론을 비롯한 수많은 창구를 통해 해당 행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전시행정의 끝판왕', '이러니깐 도망 가지', '먼저 나간 선배들이 승자'라는 식의 비판적인 댓글들이 여기저기 도배됐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사실 이번 춘천시의 '신규 공무원 나무 심기 해프닝'은 본질적인 문제가 뭔지 알면서도, 그 문제의 해결에 전념하기보다는, 그 문제를 그럴듯하게 해결하는 '척'하는 공무원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신규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는 이유는 사실 굉장히 명확하다.


 업무량에 비해 급여가 너무 적고, 신규급 공무원들에게 너무 많은 업무가 몰빵된다. 변화에 민감한 사기업과는 다르게 80년대에나 있을 법한 악폐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은 덤이다.


 월 200만 원 받으며 팀원들이 하기 싫은 일은 모두 다 도맡아하고, 죄다 자신들이 상전이라 생각하는 나이든 공무원들 사이에서 끝을 모르고 반복되는 '라떼는' 레파토리까지 다 들어주고 있어야하니, 세상에 그 어떤 사람이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이 조직에 뼈를 묻고 싶어할 수 있을까.


 신규 공무원들이 공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가 우리나라에 공론화된지도 이제는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났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기존의 '선배 공무원'님들도 지금쯤 되면, 공무원 조직의 치명적인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발 본인들이 생각했을 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일들은 이젠 정말 안해주셨으면 좋겠다.


 신규 공무원들도, 세상 사람들도 모두 바보가 아니다. '나무 심기' 같은 행사들이 진정으로 신규 공무원들을 위해 나온 사업이 아니라는 사실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앞으로 신규 공무원들의 적응을 위한 사업을 해야하는 필요성이 느껴진다면 이번 나무 심기와 같은 '때우기식,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공무원 조직 문화 개선 혹은 신규 공무원 처우 개선과 같은 '실질적인 행정'이 행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영화 <엽기적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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