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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27. 2023

1억 5천만 원짜리 퇴사

공무원 의원면직에 요구되는 비용

 공무원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퇴사 경험과 관련된 글들을 많이 써서 그런지 몰라도 많은 분들이 비밀 댓글로 공무원 퇴사와 관련된 문의를 많이 주신다.


 문의 내용은 공무원 의원면직 절차 문의부터 시작해서 공무원 퇴사 후 향후 진로에 대한 문의까지 다양하다.


 나는 종종 이런 문의가 들어오면 최대한 내 경험 자체는 있는 그대로 전달하되, 내 주관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은 최대한 답변에 반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혹시라도 내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단 한 사람이라도 적절치 않은 퇴사를 하게 된다면, 본의 아니게 그 사람의 인생에 큰 피해를 끼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퇴사에 대한 글을 쓸 때 굳이 퇴사에 따른 경제적인 손실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찬찬히 따지고 보면 공무원을 그만둔다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경제적 데미지를 동반하는 행동이다.

 

 만약 나처럼 공무원을 그만두고 또다시 다른 직렬의 공무원으로 옮기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공무원을 그만둘 때, 우리는 우리에게 끼치는 경제적 손해가 단지 공무원으로 일하지 않는 시간동안 받지 못하는 급여정도에 그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 손해는 단순한 급여 미수령에 그치지 않는다.

 

 나의 경우를 살펴보자. 나는 2020년 9월에 기존 일반행정직을 그만두고 2022년 1월에 현재의 직장으로 발령을 받았으니 정확히 ‘1년 3개월’의 근무 공백이 발생했다.

 

 정년이 정해진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특성상, 1년 3개월의 근무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은 곧 급여를 가장 많이 수령하는 공직 생활 마지막의 1년 3개월을 일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따라서 기존의 직장에서 계속 정년까지 일하는 것과 현재의 직장으로 옮긴 이후에 정년까지 일하는 것의 총 급여 수령액을 비교하면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약 1억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무원은 호봉이 깡패라는 말처럼 매년 따박따박 오르는 호봉 상승만큼 공무원에게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은 없다.

 

 그런데 1년 3개월을 쉬어 그 기간만큼의 호봉 상승이 멈춰버렸다. 같은 업무를 하면서 매년 1년 3개월치만큼의 호봉을 덜 받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해도 한 달에 10만원씩 총 30년, 약 3,6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여기에 1년 3개월간의 기여금 납입 중단으로 인한 연금 수령액 손해와 진급 지연에 따른 급여 손실은 덤이다.

 

 이 모든 경제적 손실을 다 합치면 ‘1억 5천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결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큰 돈이다.

 

 물론 위에서 한 모든 계산은 내가 기존 직장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정년까지 다닐 수 있었다는 것을 가정하고 한 계산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실제로는 아무 의미 없는 계산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당시 기존 직장을 그만둘 때 구청에서 정년을 맞이할 자신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예상되는 막심한 경제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 1%의 고민도 없이 기존의 직장을 그만둬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그 선택에 대한 후회나 미련은 눈꼽만큼도 없다.

 

 다만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 죽을 만큼 힘든 것이 아니라, 그냥 조금 불만족스럽거나 짜증나는 부분이 있다거나 하는 정도라면 그만두기 전에 한 번쯤은 내가 앞서 이야기한 계산식대로 퇴사를 했을 때 내가 감당해야하는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퇴사 결정을 하셔도 늦지 않으실 거란 얘기는 꼭 해드리고 싶다.

 

 경우에 따라 누군가에겐 공무원을 그만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사치스러운 행위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직장생활이라는 것은 아무리 가볍게 여기려해도 우리 삶에 너무나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직장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를 직장에 맞는 사람으로 변화시키고, 우리가 타고난 본래의 모습을 조금씩 지워내 간다.

 

 이직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이든, 새로이 공직에 들어올 계획이 있으신 분이든 앞으로 근무하실 직장이 여러분의 성향과 상황에 알맞게 들어맞는, 그런 좋은 직장이셨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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