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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23. 2023

동사무소 민원대에서 5급 사무관으로

공무원인 게 전부가 아닌 사람들

 얼마 전에 아내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하나 들었다.


 나도 전에 근무해본 적 있던 ○○ 동사무소의 한 직원이 최근에 사표를 내고 이 조직을 떠났는데, 알고 보니 그 직원이 '5급 행시'에 합격해서 발령까지 받은 후 이곳을 떠나 갔다는 것이다.


 아내에게 그 말을 들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나도 모르게 아내에게 이렇게 재차 물었다.


 "아니, 그 사람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5급에 합격한 게 맞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공무원 조직엔 대단한 경력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SKY 대학을 졸업한 사람, 굴지의 대기업에서 일했던 사람, 전문직 시험의 합격 문턱까지 갔던 사람, 젊은 시절 사업을 해서 많은 돈을 벌었던 사람 등등.


 이번에 동사무소 민원대에서 5급 사무관으로 화려하게 전직하신 그분 역시, 오랫동안 행시 준비를 해오시다가 몇 번의 낙방을 경험한 후, 더 나이가 늦어지기 전에 취직은 해야 되겠다 싶은 마음에 뒤늦게 9급 시험을 치고 이 조직에 들어왔던 것이라 한다.


 그러다 아쉬움이 남아 퇴근 후에도 틈틈이 행시 공부를 병행했고,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작년 시험에서 끝내 '5급 행정고시'를 최종 합격하신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쓰는 것인데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생각할수록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다.


 학창 시절부터 느낀 거지만 진짜 강한 사람, 진짜 자신 있는 사람은 결코 '자신이 어떤 사람이다 혹은 앞으로 뭘 어떻게 할 거다'라는 말을 주변에 쉽게 이야기하고 다니지 않는 것 같다.


 남들에게 자신의 능력이나 계획을 포장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그저 혼자 있는 시간에 조용히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갈 뿐이다.


 그러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가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무심한 듯,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 '빛나는 결실'을 툭하니 내놓는다.


 그럼 주변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동료의 엄청난 성취에 할 말을 잃은 채, 한동안 그 사람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적어도 내가 살아온 인생 속에서 본 '성공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체로 저런 식이었다.


 이번 ○○ 동사무소의 5급 행시 합격자님의 사례를 보니 역시 그동안 내가 파악해왔던 성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확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한 마음으로 참으로 부럽고 또 부끄럽다.


 나 역시도 요란하게 울리는 빈수레처럼 '나는 9급 공무원이나 할 사람이 아니야!'라고 울부짖지만 말고, 조용히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나만의 실력을 기르다가 기회가 왔을 때 뻥!하고 터뜨려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그런 삶을 한번이라도 살아볼 수 있을까.


 어쨌든 잘 모르는 분이지만, 같은 기관에서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그 분의 5급 행시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그분의 앞날이 기쁨으로만 가득 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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