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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pr 21. 2023

내 인생 계획에서 자녀와 부동산을 없앨 수 있다면

프리터족과 대한민국 2030에 대하여

 일본에서 유래된 용어 중 '프리터족'이라는 용어가 있다.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인 이 말은 주로 고정된 직장을 가지지 않고, 일시적인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때그때 벌어서 먹고 살아 가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며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차곡차곡 돈을 모아 집을 사고, 은퇴 후에 연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오랜 기간 소위 '올바른 삶'이라 여겨져 왔던 기존의 정형화된 삶의 모습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고정된 직장도 가지지 않고, 많은 돈이 들어가는 부동산이나 결혼, 심지어는 사회적 지위 따위에도 관심이 없다.


 그저 작은 쪽방의 월세를 낼 정도로만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고, 남는 시간을 여행이나 취미생활 등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활용하며 살아간다.


 1980년대 후반 시작된 일본의 경제 침체 시기에 발생한 이 용어가 요즘 들어 한국 사회에서 꽤나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프리터족'이라는 용어 자체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30 젊은이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바라 보고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곧바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차곡차곡 저축을 해 내집 마련을 하는 삶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정답'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일단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사라졌고, 자신의 자아 실현을 위해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라도 과감히 기존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뛰쳐 나온다.


 결혼과 출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른 언저리의 자녀에게 부모님이 "넌 대체 언제 결혼 하려고 그러냐?"라고 물어봤다면, 이제는 "너 결혼 할 생각 있냐?"라고부터 물어본다.


 또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아이를 갖지 않는다. 몇몇은 배우자와의 합의를 통해 평생 '딩크족'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한 것'에서 결혼 생활의 '옵션' 중 하나로 변해버린 것이다.


 나 역시도 지리한 고생 끝에 쥐꼬리만한 월급이 통장에 꽂히는 걸 볼 때, 그 얼마 안되는 돈조차도 부동산과 관련된 비용으로 하루 아침에 증발해 버리는 걸 볼 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 내 인생 계획에서 '자녀''부동산'을 없앨 수만 있다면, 내 인생은 지금보다 얼마나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지금처럼 나와 어울리지 않는 직장에 목을 매고, 한 끼에 만 원밖에 안하는 저녁 식사에도 벌벌 떠는, 그런 아이러닉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근 들어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설명할 때 프리터족, 니트족, 욜로족, 딩크족, 싱글족 등등 각종 '족'자가 붙는 이유는 결국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가 성장 기조를 달리던 시기에는 지금 붓는 연금이 더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내가 키운 자식이 나이 든 나를 부양하고, 빚 내서 산 지금 아파트가 내 노후를 보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연했던 믿음에 이제는 그 누구도 100% 믿을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그 결과 현재의 노력과 고통이 미래의 행복으로 100% 치환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눈치챈 2030 젊은이들이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목숨 걸기보다는 조금 부족하지만 '확실한' 현재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형태의 삶이라 해도 그 삶의 옳고 그름에 대해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지 않는 이상 모두의 삶은 당연히 존중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오롯한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또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의해 점차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 2030 젊은이들의 보편적인 삶의 형태를 과연 100%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젊은이들이 자꾸 두려움에 갇혀 자기가 만든 세상 속으로 숨기보다는, 자신감과 안정감을 바탕으로 마음껏 세상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는, 그런 희망차고 활기 넘치는 대한민국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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