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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y 10. 2023

직장이 싫은 만큼, 직장에 최선을 다한다

직장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직장이 참 싫다.


 내 평일 시간의 대부분을 뺏어가서 싫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해서 싫고, 성향이 맞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려야해서 싫고, 내 본모습을 숨겨야 해서 싫다.


 내 삶에서 직장이라는 조각만 딱 떼어내면 모든 게 완벽해질 것만 같다.


 그만큼 난 직장이 참 싫다.


 하지만 아이러닉하게도 직장을 다니지 않으면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 중 꽤나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매달 나오는 월급, 직장인이라는 사회적 타이틀, 직장에서 맺은 인간관계 등등.


 그래서 나는 차선책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대신 직장에 의미를 두지 않는 연습을 몇 년째 해오고 있다.


 쉽지는 않지만 조금씩 목표에 다가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나는 직장에 있으면서도 조금씩 직장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들어 직장에서 멀어지려면 아이러닉하게도 적어도 직장에 있을 때만큼은 직장생활에 더 최선을 다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직장에서 멀어진다는 게 어차피 잘리지 않는 공무원이니 직장 일을 대충해도 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아무리 일을 대충하고 문제가 생겨도 공무원은 웬만해선 해고 당하지 않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직장일을 대충해서 문제가 생기거나 다른 사람의 질타를 받게 되면, 퇴근 후에도 그 일이 생각 나서 직장에 더 얽매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직장에 있는 동안 깔끔하게 처리해서 퇴근 직후엔 그 일을 잊어버리면 될 것을, 대충하거나 어영부영 처리하면 그 일이 퇴근 후에도 계속해서 머릿 속을 맴돈다.


 아무리 공무원이라도 사람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출근해 있는 시간만큼은 직장일에 최선을 다한다.


 대충 보고 넘겨도 될 자료도 한번 더 검토해서 제출하고, 민원 상대를 할 때도 상대방이 존중 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응대한다.


 그렇게 하면 모든 일이 한번에 깔끔하게 해결된다.


 상사의 꾸지람이나 민원인의 항의도 들을 필요가 없다.


 좋은 공무원, 일 잘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직장에 의미를 두지 않기 위해 적어도 출근해서만큼은 직장 일에 최선을 다한다.


 쉽진 않지만 하다보니 어느새 익숙해졌다.


 나는 정말 직장이 싫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직장에 최선을 다한다.


 이 지리한 노력이 언젠간 빛을 발할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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