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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7만 원짜리 전통 과자에 분노하는 이유

이제는 시장도 바뀔 때가 되었다

by 옹기종기

며칠 전 KBS 예능 <1박 2일>에 방송된 영양전통시장의 '한 봉지 7만 원 전통 과자' 논란이 쉽게 사그라 들지 않고 있다.


해당 상인과 영양군청 모두 해당 사건에 대한 해명문과 사과문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국민적인 비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도대체 해당 상인의 행동 중에 어떤 부분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분노 포인트'를 건드린 것일까. 그리고 이 들불처럼 타오르는 전국민적인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선 해당 상인과 영양군청은 앞으로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전통시장 혹은 지역축제의 바가지 논란은 그동안 늘 있어 왔던 것이었다. 불과 며칠 전에도 4만 원짜리 바비큐, 1만 원짜리 어묵 등 지역 축제 바가지 논란이 전 커뮤니티와 언론을 확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번 '전통 과자 한 봉지 7만 원' 논란은 이전의 논란들과는 조금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일반 전통시장이 비록 마트보다 상품성이나 편리성은 떨어질지언정, 그래도 사람 간의 정이 있고, 그에 따른 가격적인 메리트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통과자 7만 원 논란은 일반 사람들의 그 고정관념을 완전히 박살 내 버렸다. 불편하고 불친절한 것은 우리가 예상한 그대로였지만, 시장에서 제시하는 가격만큼은 최고급 백화점 못지 않았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느껴진 이 정서적 괴리감에 강한 반발심을 일차적으로 느낀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고작 밀가루 덩어리인 전통과자를 100g당 무려 4,499원이나 받은 것 역시 정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서 버렸다.


만약 해당 상품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과자가 아니라 영양군의 지역 특산품이라던가, 장인의 엄청난 노고가 들어간 그런 상품이었다면, 비록 바가지를 씌웠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전국민적인 비난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국 어디에서나 살 수 있고, 하다못해 인터넷에 10초만 검색해도 영양 과자 상인이 제시한 가격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전통과자라는 흔하디 흔한 상품을 '한 봉지 7만 원'에 판매한다는 것은 대중들에게 '시장 상인들이 소비자들을 바보 천치로 아는 아는구나.'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러한 부분에서 본능적인 불쾌함을 느끼게 됨에 따라 지금과 같은 엄청난 분노를 표출하게 된 것이다.


사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나는 한 봉지에 7만 원이라는 가격보다, 또 그 상품이 고작 전통과자라는 사실보다, 세 봉지에 21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난처해 하는 <1박 2일> 출연자들에게 "아니 자네들이 먹은 게 얼마인데!! 포장 다 해놨어!!"라는 태도로 전통과자 21만 원어치를 들이미는 과자 상인의 모습에 굉장한 불편함을 느꼈다.


그런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매자가 상품을 고르고, 그 상품의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상품의 구매를 거부하고자 하는데, 대체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반말과 핀잔을 들으면서까지 해당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런 '폭력'이 우리나라에서는 '사람 사는 정' 혹은 '가격 흥정하는 재미'라는 모습으로 미화되어 있는 것일까.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과자 상인과 영양군이 이 비난의 늪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은 딱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과자 상인은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과자를 팔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해당 장면에 불쾌함을 느꼈을 대중과 소비자들에게 깊은 사과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영양군청은 다시는 영양에 있는 전통 시장 혹은 축제에서 이런 '바가지 업자'가 판치지 못하도록 강하게 단속하고 관리하겠다는 진심 어린 약속을 영양군 주민들과 대중들에게 해야 한다.


만약 양 쪽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었다.' 혹은 '전통시장이 다 그런 것이지.'라는 식의 변명으로 일관 한다면 지금 과자 상인과 영양군청에 날아들고 있는 비난의 불길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아주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동네 시장을 가본 이후로 '시장'이란 곳에서 물건을 사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 나 역시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시장은 불친절하고, 불편하고, 비위생적이고, 가격이 싸지도 않은 곳이라는 편견이 생겨 자연스레 시장을 멀리하고 마트나 백화점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전통 시장들이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모두가 방문하고 싶고,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긍정적인 곳'으로 탈바꿈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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