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나만 냉장고를 열어 보는 이유
입 짧은 사람 특, 자기는 입 안 짧다고 함
결혼 후 아내와 한 집에서 산 지 어느덧 8개월이 지났다.
생활 방식의 차이로 처음엔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이제 시간이 지나 서로 적응이 되면서 요즘엔 거의 불편한 점이 없어졌다. 아내와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그저 편안하기만 할 뿐이다.
대략 1년쯤 지나야 함께 사는 느낌이 나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도 비슷한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살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이유 없이 찌는 살'은 없다는 것이다.
매일 같이 만나서 연애를 하던 시절, 밖에서 외식을 하면 아내와 내가 먹는 양의 차이는 그렇게 크게 나지 않았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5.5대 4.5정도로 먹었다고 할까.
키나 몸무게가 훨씬 더 나가는 내 입장에선 오히려 아내보다 내가 더 적게 먹는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희한할 정도로 아내는 살이 찌지 않았고, 나는 날이 갈수록 살이 쪘다.
분명 먹는 양에 거의 차이가 없는데, 그리고 아내는 운동도 거의 안하고 나는 매일 5킬로미터 이상씩을 꾸준히 뛰는데, 대체 왜 아내는 살이 하나도 안찌고 나는 살이 쪄가는 것인가.
한동안 정말 의문이 들었다. 타고난 체질 때문이라고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같이 살다보니 왜 아내가 살이 안찌고 내가 살이 찌는지 단박에 알아채버렸다.
아내는 집에 오면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냉장고 자체를 열어보질 않는다.
일단 나에게는 이 사실 자체가 처음엔 너무나도 쇼킹하게 다가왔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얼른 집에와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기분이 풀릴 때까지 마음껏 먹는 편이다. 그러고 나면 확실히 조금은 기분이 풀린다.
반대로 아내는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입맛이 없다고 저녁 식사조차 하지 않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마 이렇게 차이나는 칼로리 섭취량만 해도 하루에 1,500칼로리는 족히 될 것이다.
이러니 나는 살이 계속 찌고, 아내는 계속 살이 빠지고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늘 아내에게 음식 좀 많이 먹으라고 하면 아내는 자기도 계속 먹고 있다고 말한다.
이젠 확실해졌다. 세상에 체질적으로 살이 안찌거나 아무리 많이 먹어도 날씬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적게 먹기 때문에' 살이 안찌는 거다.
반대로 체질적으로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은 없다.
그저 '많이 먹기 때문에' 살이 찌는 거다.
그동안 많이 먹는다고 내게 거짓말 했던 아내에게 배신감이 들지만 어쩔 수가 없다. 본인은 정말 자신이 많이 먹는 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는 '나는 왜 이렇게 살이 안빠지지?'라는 의미 없는 고민을 할 시간에 밥 한 숟가락 덜 먹고, 배달 음식 한 번 덜 시켜 봐야겠다.
스트레스 받았을 때 입맛이 '사라지는' 아내의 식성이 너무너무 부럽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흥마늘 스튜디오 <밥 맛 없는 언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