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없어도 괜찮아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를 먼저 파악하는 것
20대 초반 대학생 시절, 내 고민의 대부분은 인간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성향이 맞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생기던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대학생이 되니 수업 시간도 다르고 동기들과 겹칠 일이 없어 친구 사귀는 일이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용하게 앉아만 있는 내 모습이 바보같이 느껴질 때면 내성적인 내 성격을 자책했고, 활달한 성격으로 이 사람 저 사람 쉽게 친해지는 소위 '인싸' 스타일의 친구들이 진심으로 부럽게 느껴지고 그들의 모습을 따라 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헛웃음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였던 그땐 그게 나란 사람 자체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질 만큼 크나큰 문제였던 것 같다.
거진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 그렇게 친구관계, 인간관계에 함몰 되어 있던 나를 떠올리면 참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론 그 고민의 시간들이 마냥 아깝게만 느껴진다.
내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할 몇몇 사람들과의 관계에 함몰된 나머지 '나란 사람'에 대해 파악하고 꿈을 향해 정진했어야할 20대 초반이란 기간을 일정 부분 낭비해 버렸으니, 마치 고3 시절에 쓰잘데기 없는 RPG 게임에 빠져 공부는 안하고 하루종일 캐릭터 레벨 올리기에만 열중한 것과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가끔씩 어느덧 30대 초반이 된 나의 나이가 부담스럽게 느껴져 무언가 시도하기가 망설여질 때, 그 20대 초반의 아무 쓰잘데기 없었던 고민의 시간들이 더욱더 아깝게 느껴지곤 한다.
만약 내게 10여 년 전의 나를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그때의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친구는 물론 많을수록 좋아. 하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없다고 해서 불안해 할 필요도 없어.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가 먼저 나 자신을 파악하는 거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고 내 본성에 따라 인생을 열심히 살아갈 때, 그제서야 비로소 단단한 인간관계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거더라. 불안해 하지 마. 넌 충분히 잘할 수 있어."
10년 전의 내가 이 조언을 들었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어린 날을 보낼 수 있었을까. 아니면 '아저씨는 뭘 몰라요!'라며 또다시 나만의 동굴로 숨어 친구가 없는 내 자신을 자책하고만 있었을까.
혹여나 그때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면, 따뜻한 미소로 그들에게 다가가 가만히 등을 토닥여 주고 싶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영화 <파수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