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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Jul 29. 2023

신규 공무원이 일 배우는 법

[PART 6]나는 왜 공직을 그만뒀을까?

 둘째날 출근길의 공기는 첫째날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첫날에 너무 많은 경험을 한꺼번에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설레기만 했던 첫날의 출근길과는 다르게 둘째날의 출근길에는 '막막하다'라는 감정이 더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둘째날부터는 전임자도 없고, 총무과에서의 서류 작성 절차도 없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9시간의 시간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처음 보는 업무들을 나 혼자만의 힘으로 처리해 나가야 한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당연한 불안감이 출근길 버스에 앉아 있는 내 마음 속에서부터 뭉실뭉실 피어 올랐다.


 오전 8시 40분. 출근길이 안 막혀서 그런지 예상보다 조금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나는 직원들에게 조금은 과장된 웃음으로 인사를 하고 내 이름이 적혀 있는 자리에 조심스레 앉아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막상 컴퓨터를 켜고 업무 시스템에 로그인해 업무를 처리하려고 하니 당장 뭐부터 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분명 전날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을 때는 곧바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혼자 해보려고 하니 아무 것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고민 끝에 어쩔 수 없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30대 후반의 서무에게 조심스레 도움을 요청했다.


 "저기요... 주사님... 바쁘시죠? 저 이거 공문 작성하는 방법을 몰라서요..."


 "아 주사님 처음이라 모르시겠구나. 잠깐만요. 이것만 좀 하구요."


 서무는 말한 대로 자신이 할 일을 급하게 처리한 다음, 내 자리로 와 마우스를 잡아 들더니 내게 이것저것 얘기해주기 시작했다.


 "음... 이건 이렇게 하는 거고요, 또 이건 이렇게 하는 거고, 아참 이건 이렇게 하는 거고요..."


 마치 아르바이트 생이 손님에게 편의점에서 진행 중인 1+1 행사 상품에 대해 설명해 주듯, 서무는 내 눈 한번 쳐다보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는 '당연한' 업무 처리 방법을 내게 줄줄이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한 10분쯤 서무의 설명이 이어졌을까. 서무는 이쯤 하면 됐다는 표정으로 내게 "이 정도면 됐을까요? 좀 이해 되세요?"라고 웃으며 물어왔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도 바람직한 선배 직원과 후배 직원의 업무 교육 현장이었다.


 다만 하나 문제점이 있다면, 서무의 눈동자 속에 자신을 귀찮게 하는 사람에 대한 본능적인 짜증이 가득히 드러나 있었다라는 점이었다. '나 바쁘니깐 더 귀찮게 하지 마~' 라는 속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더 많이 있었지만, 나는 그 눈빛이 무서워 더 이상의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서무의 업무 교육 시간이 끝나자 가뜩이나 답답했던 가슴이 한층 더 답답해지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서무가 자리로 돌아간 후, 여전히 별다른 걸 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눌러 보고만 있는데, 갑자기 내 자리의 전화벨이 따르릉- 따르릉-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후우- 크게 심호흡을 한번으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OO주민센터... OOO입니다."


 "하아... 지난주에 전화했던 사람인데요. 민방위 훈련 받은 거 누락 됐다는 거... 연락 준다고 해놓고 연락이 없으셔서요. 그거 해결 됐나요? 제가 좀 바빠서 빨리 좀 처리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네? 민방위... 훈련이요?"


 "아 그 올해 훈련 받았는데 또 받으라고 문자 보내신 거 있잖아요... 하아... 또 짜증나게 하시네. 그거 담당자 아니세요? 담당자 아니시면 빨리 담당자 바꿔 주세요."


 "아 제가... 담당자이긴 한데요... 사실은 제가 오늘... 발령을 받아서... 혹시 무슨 건인지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나 씨... 뭐라고요?"


 짜증 가득한 민원인의 목소리에 등줄기에서부터 식은땀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민방위? 훈련? 누락? 전임자가 이거에 대해서 따로 얘기한 건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내가 들어 놓고 기억을 못하는 건가?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건 또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일단 팀장한테 물어봐야 하나? 팀장 이 건을 알고는 있을까?'


 순간적으로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와 동시에 마치 짜증이 난 민원인이 당장이라도 동사무소로 찾아와 나를 불러낼 것만 같다는 두려움이 훅- 끼쳐 들어왔다.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담당자란 이유로 내가 이걸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는가.


 정말 누구라도 다가와 내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조금이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무실 사람들은 모두가 각자의 일을 처리하느라 내게 줄 관심조차 전혀 없어 보였다.


 등허리에 홍수라도 난듯, 식은땀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내 몸 전체를 휘감으며 흘러 내고 있었다.


 (PART 7에서 이어집니다!)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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