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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Aug 02. 2023

교사뿐 아닌, 공무원 모두의 아픔

안전하게 일할 권리

 장면 1. 한 80대 노인이 경상북도의 한 면사무소로 걸어 들어온다. 그 노인의 손에는 기다란 사냥용 공기총이 들려 있다. 평소 무언가 세상에 불만이 가득했던 노인은 그 공기총을 지체없이 면사무소 직원 2명과 주민 1명을 향해 발사한다. 총을 맞은 면사무소 직원 2명은 그대로 쓰러져 가슴과 어깨에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장면 2. 경상남도의 한 구청으로 50대의 한 남자가 들어온다. 남자의 구청 방문 목적은 건축물 해체 관련 민원. 제출 서류가 미비했는지 담당 공무원은 그 남자에게 서류 보완을 요청한다. 서류 보완 요청을 받은 남자는 끓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담당 공무원에게 달려들어 담당 공무원의 목을 2분간 조른다. 직원들이 혼비백산 하고 동료 직원들의 신고를 받은 경찰들이 출동한다.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장면은 각각 2018년과 2023년에 실제로 있었던 공무원에 대한 민원인들의 상해 혹은 폭행 시도다. 공기총에 맞은 공무원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까지 갔었고, 목을 졸린 공무원도 목숨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끔찍한 공격을 당했다.


 찾아보면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사건말고도 지난 몇 년간, 기사화된 것만 수십, 수백 건의 공무원 폭행 사건이 있었다.


 어떤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뺨을 맞았고, 어떤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스토킹을 당했다. 쌍소리를 듣거나, 살해 협박을 받는 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몇 주 전에 발생한 한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선택으로 인하여, 최근 학부모 민원과 교권 추락의 심각성에 대한 논의가 전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곪을대로 곪은 게 터져서 그런지 다행히 교사 집단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를 넘은 학부모 민원을 비난하고,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만들기를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교육당국도 국민들의 이러한 강력한 요구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하고 대응하는 모습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번 사건으로 인한 '교권 보호'에 대한 논의가 교권 보호에만 그치지 않고 '공권 보호'로 반드시 확대 논의 되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슈화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교사뿐 아니라 정말 많은 공무원들이 도를 넘은 민원인의 지독한 괴롭힘 때문에, 또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업무량 때문에 셀 수 없이 많은 안타까운 선택을 해왔고, 또 해오고 있다.


 당장 올해만도 수십 군데의 지자체에서, 또 정부 부처에서 수십 명의 공무원들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이제는 공무원들의 극단적 선택이 너무나 당연해진 나머지 관련 기사가 나와도 사람들이 별로 놀라지조차 않을 정도다.


 같은 일을 하는 한 집단에서 매일같이 자살자가 나오는 이와 같은 상황을 결코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떠올릴 때, 여전히 70,80년대의 공무원들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아무것도 안하고 노는 공무원, 뒤로 뇌물 받아 먹는 공무원,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확신하건대 현 공무원들의 대다수는, 특히 2030 젊은 세대의 공무원들은 그런 일을 해본 적도 없고 또 할 줄도 모른다.


 민원인에게 뒷돈을 요구하고 고압적인 자세로 정당한 일처리를 나몰라라 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그러했던 과거의 공무원들은 사라지고 민원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고, 한 사람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업무 폭탄을 맞은, '을 중의 을'이 된 공무원들만 남아, 폭압적인 민원인들 사이에서,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 속에서, 몰빵 당한 엄청난 양의 업무분장 아래에서, 고통 받고 병들어 가고 있다.


 이 점을 이번 교사분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많은 국민분들이 귀기울여 주시고, 알아주시고, 안타깝게 여겨주셨으면 좋겠다.


 얼마전에도 한 세무공무원분께서 민원인과의 언쟁 중에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져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어나지 못한 상태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그분께서 견뎠을 스트레스와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을지, 100%는 아닐지언정 그 고통의 종류와 크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남일 같지 않아 정말 가슴이 미어질 뿐이다.


 앞으로는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우리 공무원들 모두의 노력으로 '제발' 그런 슬픈 소식을 듣는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쓰러지신 세무 공무원님께서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진심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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